올 4월 실시되는 17대 총선에서 케이블TV 매체의 역할이 주목된다.가입자 1,100만 가구 시대를 맞은 케이블TV가 지역매체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한 총선보도를 통해 위상강화에 나설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한국케이블TV협회는 9일 '케이블TV 공동 중앙선거방송기획단'을 출범하고, 전국 118개 지역 케이블방송사(SO)가 유기적인 협조체제 아래 선거방송을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지역 SO들이 지방자치단체 선거와 관련한 내용을 자체적으로 운용하는 지역채널에 내보낸 적은 있지만, 전체 SO가 협력해 선거방송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협회는 이를 위해 보도전문 채널 YTN을 총선보도의 주간 방송사로 선정했으며, 지역별 후보자 대담 토론회, 후보자 TV 방송연설 중계, 지역 선거구 개표방송을 내보내는 것은 물론, 정당대표 정책토론회, 전국개표 상황 등 전국 단위의 프로그램 편성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이번 총선보도를 통해 '케이블 TV의 힘'이 가시화할지도 관심거리다.
현재 케이블TV 가입자는 1,100만 가구를 돌파해 전체 시청가구인 1,500만 가구의 70%를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2000년 16대 총선 당시 케이블TV 가입자가 256만 가구였던 것에 비춰보면 비약적 성장세다. 총선 출마를 앞둔 현역의원과 입후보 예상자가 지역 SO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지상파에 비해서는 시청률이 많이 떨어지지만, 케이블TV가 지역과 가장 밀착한 매체라는 것이 최대 강점이다. KBS MBC 등 전국 단위의 지상파 방송사는 선거와 관련한 정보의 전달에 있어서 파급력이 크지만, 지역 현안에 집중하기 어렵다. 그러나 지역SO는 유권자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정보인 후보자 공약, 지역별 출구조사, 투·개표 현황 등을 심층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지역교통방송, 노래자랑대회, 맛집소개, 지역뉴스 등 지역SO가 자체 운용채널을 통해 내보내고 있는 지역밀착형 프로그램도 활성화하고 있는 추세다.
이런 변화를 반영하듯 올 초부터 '열린우리당 경선 TV 토론회'(한국케이블TV제주방송 주최), '열린우리당 의장 후보초청토론회'(MBN 주최) 등 각 정당의 행사를 케이블TV가 주도적으로 중계하고 있다. 케이블TV협회 주최로 4월 2일 열리는 '정당대표 정책토론회'는 전국 지역SO의 지역채널과 YTN 채널을 통해 동시에 송출될 예정이다.
김진경 케이블TV협회 사업지원2국 차장은 "올해 총선은 그 동안 지역채널 관리에 신경을 써온 케이블TV 방송사에게 있어 그야말로 지역매체로서의 역량과 가능성을 시험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역 SO가 4·15 총선 앞두고 정치권과 연계되는 것을 경계하는 분위기도 있다. 총선보도를 빌미로 각종 방송매체 정책에서 특혜를 받을 소지가 있다는 것. 방송계의 한 관계자는 "SO 업계가 선거방송을 무기 삼아 위성방송의 지상파 재전송 등 업계 현안과 관련해 지역 정치인에 대한 입김을 강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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