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날 아버지에게 참 많은 걸 물으며 자랐다. 마을 앞 섶다리를 건너다가도 그 아래 물을 바라보며 이렇게 묻기도 했다."아버지, 왜 고기는 작은 것들만 바깥에 나와서 놀고 큰 놈들은 숨어 있어요?"
"노는 건 사람도 고기도 다 애들 몫이지. 어른이 밖에 나와서 노는 것 봤냐? 다 집안에서 일하거나 논밭에서 일하지."
때로는 이렇게 말도 안 되는 대답을 듣기도 하지만, 아침 노을이 비치면 왜 오후에 비가 오고 저녁 노을이 비치면 다음날 아침이 맑은지, 장작을 팰 때 도끼로 그 나무 어디쯤을 내리쳐야 단번에 쫙 갈라지는지, 예전엔 그렇게 일상생활의 모든 지식과 일을 어른에게 배웠다. 고장난 기계도 아버지가 고쳤다. 그러던 것이 요즘은 세상이 바뀌어 오히려 어른들이 아이에게 묻고 배우는 것이 더 많다. 핸드폰의 문자 메시지는 어떻게 보내는 것인지 배워도 그때뿐 늘 잊어버리고 만다. 컴퓨터에 웜바이러스라도 들어오면 어떻게 할 줄 몰라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올 때까지 손 놓고 기다린다. 돈을 벌어오는 일 말고는, 서로 필요에 의해 아이가 어른을 찾는 일보다 어른이 아이를 찾는 일이 더 많아졌다. 그것이 바로 디지털 시대인 것이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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