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당초 예상을 깨고 연초부터 한국을 지적재산권 우선감시대상국(PWL)으로 지정하는 등 미국산 쇠고기 금수조치를 내린 한국에 대한 통상압력 수준을 높여가고 있다. 미국 정부는 "PWL과 광우병 사태는 연관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PWL을 둘러싼 그 동안의 양측 협상과정을 감안하면 미국 정부의 조치는 우리 정부의 예상을 크게 벗어난 것으로 쌀 재협상 쇠고기 문제 등 양측 모두의 사활적 이익이 걸린 2004년 한·미 통상협상에서의 '기선 제압용'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미국의 PWL 지정에 대해 외교통상부는 공식적으로 "의연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내심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지난해 5월 미국 정부가 한국을 PWL보다 한단계 낮은 감시대상국(WL)으로 유지시켜 주는 조건으로 요청했던 내용들을 충분히 이행한 만큼 WL유지를 자신했기 때문이다. 외교부 실무자들이 잘못된 판단을 했던 것이 아니라면 미국측 조치는 지극히 이례적이며, 다분히 한국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금지 조치 등 최근의 상황 변화와 관련이 깊은 셈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PWL 지정만으로는 한국이 입는 타격은 거의 없다고 보고 있다. PWL 지정은 한국의 지적재산권 보호 수준과 동향을 미국 정부가 보다 주의 깊게 감시하겠다는 메시지일 뿐, 이를 계기로 실질적인 보복 조치를 취하겠다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정작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것은 PWL 지정 이면에 숨겨진 미국의 의도다. 미국은 "지재권 보호장치의 미흡으로 2002년 미국 기업이 한국에서 5억7,200만달러의 피해를 입었다"며 PWL 지정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지만, 미국산 쇠고기 금수조치를 내린 한국에 대한 보복 성격이 짙다는 분석이다. 쇠고기 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이 연초부터 강공 전략을 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같은 분석이 맞다면 올해 한·미 통상분야에서는 유례없는 격랑이 예상된다. 우리도 올해 '쌀 재협상'에서 관세화 유예라는 당초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미국측으로부터 대폭 양보를 얻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판 대타협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국제 협상의 '주고-받기' 관행을 감안하면 쇠고기가 아쉬운 미국과 쌀이 아쉬운 한국이 절충점을 찾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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