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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복어-지금이 제철이래요

입력
2004.0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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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어(鰒魚)! 술 마신 다음날 찾게 되는 음식이다. 그리고 또 하나, 술을 마셨건 안 마셨건 복어 요리는 추운 겨울이 제 철이다. 특히 해장용으로 즐겨 찾는 복어는 대표적인 겨울 생선이다. 살이 찌는 초겨울부터 봄이 오는 무렵까지 맛이 가장 좋다. 또 이맘때 우리나라 연근해에서 많이 잡힌다.알아두면 재미있는 복어의 특성들. 놀랐을 때 배가 갑자기 커지는데 이는 물 또는 공기를 들이 마셔 배를 크게 부풀린 것이다. 마시는 물의 양이 몸무게의 4배에 이를 때도 있다. 몸은 둥글고 긴 달걀 모양이서 헤엄치는 속도는 느리다. 하지만 복어 한 마리는 성인 33명의 생명을 빼앗을 수 있는 맹독을 갖고 있다.

강남구 청담동에서 복 전문 일식집을 운영하는 문승권(43)씨로부터 복어 요리 이야기를 들어봤다. 일본에서 10년 가까이 복어 요리를 공부한 그는 내로라하는 복어 전문가이자 달인으로 인정받는다. “복어 요리는 다채로우면서도 신비감 마저 불러 일으키죠.” 맛과 아름다움 만큼 독이 강해서일까? 복어 요리에 담긴 과학과 예술의 세계에 빠져 보자.

_복어 하면 독이 가장 먼저 생각나는데요!

“테트로도 톡신이라 불리는 복어 독은 청산가리 보다 13배나 강하다고 합니다. 그 독은 먹이 사슬에 의해 생긴 것이라는 설이 유력한데 독이 있는 불가사리나 갯지렁이 등을 먹으면서 바이러스에 의해 독이 생긴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양식 복어에는 독이 없다고 합니다. 한 수족관에 자연산 복과 양식 복을 같이 넣어 두면 감염에 의해 둘 다 독이 검출됩니다.”

때문에 복어를 씻을 때는 반드시 흐르는 물에서 씻어야 합니다. 복어 독은 소금에 중화되는 성질이 있고 율무나 연근이 해독에 도움이 되는 음식들입니다.”

_요즘은 사시사철 복어를 먹을 수 있는데 왜 겨울 생선이라고 하죠?

“복어는 겨울이 산란철인데 이 때 가장 육질이 좋습니다. 그리고 이 시기에 한국 근해나 일본 연안으로 몰려들어 잘 잡히지요. 여름철에도 잡히긴 하지만 복어의 고니(수컷의 고환)를 맛볼 수 없다는 것이 큰 차이지요.”

_복어가 해장에 좋은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복어에는 간 기능을 강화하는 타우린이 많습니다. 그래서 간장 해독과 숙취제거, 알코올 중독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하지요. 보통 복매운탕에 아스파라긴산이 풍부한 콩나물, 정장 작용이 있는 미나리까지 넣어 먹으니 좋을 수 밖에요. 특히 복탕 국물에는 이노신산과 아미노산 성분이 많아 조금 단 맛이 나면서 먹기에 더 부드럽지요.”

_복어 요리로는 무엇이 유명한가요?

“흔히 복매운탕이나 지리를 주로 찾지만 이 정도는 요리라기 보다는 식사 메뉴라고 해야 적당하지 않을까 싶네요. 제가 1997년 한국에 돌아왔을 때는 특급호텔에서도 복사시미(회)와 복튀김 정도가 고작이었지만 지금 국내에 선보인 요리만 50여가지는 될겁니다. 또 고니를 이용한 요리도 많아 일본에서는 100여가지 이상의 요리가 있습니다. 복어 요리의 백미는 냉동복이 아닌 활복을 이용한 것이지요. 살아 있는 복어를 5분 안에 제독 처리, 요리로 만들어 내는 것이 기술입니다.”

_일본에서 복어 사시미를 먹어 본 적이 있는데 살점이 매우 얇았어요. 그릇에 붙어 회가 있는 줄도 모를 정도였으니까요.

“복어의 흰 살점은 지방질이 적고 단백질이 풍부합니다. 씹으면 쫄깃한 것은 콜라겐 성분이 많아서죠. 얇게 발라 나오는 이유는 이 때문입니다. 투명한 흰살은 맛이 담백하고 입맛을 당기게 하는데 이것은 글루타민산, 이노신산, 파우린산 등이 풍부하기 때문입니다. 복어 사시미는 살만을 깨끗이 발라 아주 얇게 종잇장처럼 떠서 큰 접시에 국화나 모란꽃, 학이나 공작새 모양을 내 담습니다.

일본에서는 누가 조리했느냐에 사시미 가격이 달라집니다. 조리사 등급에 따라 한 접시에 50만엔(약 500만원)까지 값이 나간 적도 있으니까요. 한 칼에 접시 바닥이 비칠 정도로 떠 아름다운 모양을 내도록 담는 것이 기술입니다”

/글·사진 박원식기자

● 문승권 조리장

10년 가까이 일본에서 복어 등 일식 공부를 하고 돌아와 복요리 전문점 삼정의 2대 조리장 겸 대표로 일하고 있다. 집안이 원래 1964년 군산에서 국일복집을 시작, 일찌감치 복어와 인연이 깊다. 일제시대 큰 아버지는 복어 잡는 배를 9척 가지고 있는 선주였고 형들도 그 배의 선장으로 일했다. 삼정의 1대 조리장 문승준(67)씨는 사촌 큰 형님.

복어 요리를 체계화, 청담 본점과 서초 분당 등 5개 지점을 운영하는 그는 서울보건대 조리과 외래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학사 출신 조리사만 기용하는 그는 국내 복요리 전문가로 최다 방송출연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맛있는 집들

삼정 (02)3447-3030 서울 청담동 경기고4거리, 서초 분당 수원 인천점도 있다.

일본 정통의 복요리를 선보인다. 복과 고니 등을 활용한 메뉴만 50여가지. 참복 까치복 밀복 황복 등 코스요리는 각각 8만~12만원. 복지리 매운탕 등 점심 특선메뉴는 2만원부터.

부산복집 (02)2266-3236 서울 중구 초동 스카라극장 옆 골목

시내에서는 보기 드물게 은복 요리를 내놓는다. 지리나 매운탕은 9,000원. 참복은 1만8,000원. 인기 메뉴인 복불고기는 1인분에 1만2,000원(참복은 3만원).

동경복집 (02)569-0051 서울 삼성동 포스코 4거리서 청담 방향

국물 맛에 관한한 최고를 자신하는 복집. 탕은 까치복 2만원, 수족관서 꺼내온 참복 활어는 3만5,000원. 빨갛게 양념하거나 하얗게 먹는 소금구이 복불고기 3만원.

진복 (02)783-3275 서울 여의도 백상빌딩 205호

집은 허스름해도 고급스런 식당으로 통한다. 복지리(2만8,000원)와 복불고기(4만원)가 전부. 콩나물 없이 미나리와 배추만 탕에 넣는 것이 독특하다. 매운탕도 없다.

해동복국 (02)783-6011 서울 여의도 태양빌딩 109호

참복을 써서 뚝배기로 내놓는 복국 전문집. 매운탕 혹은 지리로 맛볼 수 있는데 냄비에 나오는 전골식과는 또 다른 맛이다. 1인분 1만4,000원. 작은 규모지만 분위기가 깔끔하다. .

호텔 리츠칼튼 서울 하나조노 (02)3451-8276

2월 29일까지 겨울 특선 복 메뉴를 내놓는다. 복 생선회, 구이, 튀김, 지리, 복죽 등 다양한 복어 요리 정식은 16만원. 특선 일품요리는 6만5,000원부터. (세금, 봉사료 별도)

■다양한 요리들

복어 종류는 알려진 것만 120여종. 우리나라 연근해에서는 40여종이 잡히는데 이중 10여종이 식용으로 사용된다. 이 중 가장 비싼 것은 맛이 좋다는 참복이고 이어 까치복, 밀복, 은복, 졸복 등의 순이다. 봄에 주로 잡히는 황복은 참복 보다 맛은 떨어져도 귀하다는 이유로 참복 대우를 받는 종류. 특히 참복은 살아 있는 활어의 인기가 높다. 4명이 테이블 코스로 즐길 때 최고 100만원까지 나가는 메뉴까지 있다.

복 사시미 7~10도 사이에서 12시간 이상 숙성시키는 것이 노하우. 이 온도에서 맛을 높여주는 아미노산의 형성이 가장 잘 촉진된다. 15도 이상에서는 비브리오균이 증식돼 위험하고 3도 이하에서는 효소 숙성이 잘 되지 않는다고.

복샤브샤브 복어의 가장 안쪽 살을 먹기 좋게 발라내 끓는 다싯물에 살짝 데쳐 소스에 찍어 먹는다. 야채를 곁들여 먹으면 금상첨화.

고니 마치 입 안에 생크림을 넣은 듯 부드러운면서도 담백 고소한 맛이 일품. 튀김과 철판구이 샤브샤브 등의 요리로 맛볼 수 있다.

다다키 활어 복살을 섭씨 400도의 직화열로 겉만 훈연해 먹는 메뉴. 겉은 잘 익혀 탱탱하고 속은 불이 닿지 않아 쫄깃쫄깃하다. 두 맛이 잘 대비된다.

복갈비 참숯 화로에 뼈가 붙은 속살을 소스와 곁들여 구워먹는 퓨전 요리. 소스는 한약재로 만든 갈비구이 소스. 복 갈매기살이라고 부르면 적당할 듯.

불고기

숯불화로 복불고기 배살과 가슴살 부위로 만든 순수한 한국식 복요리. 나중에 돌판 볶음밥도 해 먹을 수 있다.

복찜 전통적인 한국의 찜요리. 각종 야채와 함께 매운 맛을 즐길 수 있다.

복초밥 잘 숙성된 복살과 초밥이 잘 어우러진 일품요리.

복튀김 복살을 양념으로 숙성시켜 튀긴 요리로 담백하다. 반면 뼈가 붙은 채로 복살을 튀긴 요리 이름은 가라아게.

복수육 복어 속살을 얇게 포를 떠서 스팀에 찐 요리. 콩나물과 미나리를 곁들여 소스에 찍어 먹는다.

복소금구이 소금간을 이용, 약간의 양념을 가미한 요리로 돌판에 구워먹는 맛이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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