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프로그램의 대명사 '연예가 중계'(KBS2)가 10일로 방송 1,000회를 맞는다.1984년 4월8일 첫 방송 이후 20년 가까이 시청자 곁을 지켜온 '연예가 중계'의 최근 화두는 단연 '변화'다. 개편마다 공영성 시비에 휘말리며 폐지 1순위로 손꼽혔던 '연예가 중계'는 지금 변하고 있다. 그 책임을 가장 크게 느끼는 이는 지난 11월부터 진행을 맡아 온 박태호(43·사진) 책임 PD. 그는 "아직 갈 길은 멀다"는 말로 소감을 대신한다.
지금은 진행을 맡고 있지만, 박 PD의 전공은 '체험! 삶의 현장' 'TV는 사랑을 싣고'등 사람냄새 나는 프로그램. 때문에 그가 MC자리에 앉은 후 '연예가 중계'에는 크고 작은 변화가 있었다. 우선 아이템 선정에서 달라졌다. '카더라'식 열애설 보도나 영화, 드라마 등의 홍보성 인터뷰가 사라졌다. 타 연예 프로그램에서 대여섯 꼭지씩 내 보내는 연예인 CF 촬영장 스케치도 마찬가지다. 최근 이승엽―이송정 부부의 제주도 CF 촬영 현장도 다루지 않았다. "나름대로 원칙을 세웠습니다. 연예인 얼굴 보여주기 이외에 아무 의미가 없는 홍보성 보도는 내 보내지 않습니다. 열애설의 경우 양측에서 인정한 경우는 물론 뉴스니 다루죠."
때문에 프로그램은 전반적으로 딱딱해졌고 "이러다 시청자 다 잃는 거 아니냐"는 주변의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시청률은 오히려 올랐다. 15∼18%대였던 시청률은 최근 22∼23%대를 유지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시청자층이 두터워졌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10대가 주 시청자였지만 개편 이후 30, 40대까지 시청자가 다양해졌어요."
아직 미흡한 점이 많다. "연예산업에 대해 좀더 심도 있게 다뤄야 하는데 쉽지가 않습니다. 저희가 단순 연예 '오락' 프로가 아니라 연예 '정보' 프로그램 아닙니까? 하지만 너무 깊이 들어가면 '추적 60분'인 줄 아느냐고 항의하는 분이 있어요." 일례로 개편 후 불법 복제 실태를 다룬 제작진은 구청직원, 경찰과 함께 현장에 잠입해 업자들과 몸싸움까지 벌여 가며 취재한 화면을 내보냈다. 하지만 시청자의 비난이 쏟아졌다. 재미가 없다는 것. "연예인 개런티 뻥튀기 등 고질적인 문제도 다뤄 보려 했는데 쉽지가 않네요. 요즘은 명예훼손 문제도 민감하지 않습니까?" 깊이와 재미의 적정선을 찾는 것이 '연예가 중계' 제작진의 가장 큰 고민이다.
1000회 특집 방송에는 역대 MC 왕영은, 김청, 한고은, 한가인 등과 박중훈, 유동근, 채시라, 장나라 등이 출연해 대한민국 연예사 20년을 총정리 한다. "조용필 등장 이후, 80년대 중반 연예산업이 본격적으로 움텄다고 할 수 있죠. 그 무렵 시작한 '연예가 중계'의 역사는 한국 연예산업의 역사라 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연예가 중계'는 연예 프로그램의 '맏형'으로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태생적인 의무를 짊어지고 있다. "매번 입방아에 오르면서도 '연예가 중계'가 1000회 넘게 이어온 비결이라면 끊임 없이 재정비 해 왔기 때문입니다. 비판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항상 변화해 왔으니까요. 이번에는 '연예가 중계'의 새 장을 열겠다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최지향기자 mis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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