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를 갖고 미국에 입국하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지문 채취 및 사진 촬영이 5일 미 전역과 캐나다 일부, 카리브해 지역 등 115개 국제공항과 14개 항만에서 논란 속에 일제히 시작됐다.입국자 반응
'미국 방문자 및 이민자 신분 인식 기술(US-VISIT)'로 불리는 새 제도가 실시된 첫날 각 공항과 항만에서는 입국 수속이 크게 지연되는 등의 혼잡은 없었다. 워싱턴의 관문인 덜레스 국제공항의 한 관계자는 "지문 채취 및 사진 촬영에 승객당 10∼15초가 걸리지만 신속한 입국 처리로 전체적으로 볼 때 큰 지체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자 지문 채취기에 양쪽 검지를 차례로 갖다 대고 디지털 사진을 찍은 뒤 입국심사대를 빠져 나온 승객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스위스 출신으로 비자를 소지한 루스 캔더바인(여)씨는 덜레스 공항을 나서면서 "절차가 의외로 빨리 끝났다"며 "이런 절차가 안전에 도움이 된다면 괜찮다"고 말했다. 반면 시카고 오해어 공항에 도착한 멕시코인 페드로 퀸토씨는 "죄수 취급을 받은 것 같았다"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고 워싱턴 포스트는 전했다.
형평성 및 사생활 침해 논란
톰 리지 국토안보부 장관은 이날 CBS 방송에 나와 "우리는 외국인들이 계속 미국에 와서 공부하고 일하기를 바라지만 국경을 안전하게 지켜야 한다"며 "이번 조치는 미국 정부가 앞으로 몇 달, 몇 년 동안 취할 일련의 조치 가운데 첫 번째 의미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무비자로 90일 미만 동안 미국에 머물 수 유럽 및 일본 등 27개 국 국민은 이번 조치 대상에서 제외돼 나라별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나이지리아인 은행가는 "이번 조치는 비유럽 인종을 차별하기 위한 도구"라며 "미국 정부는 세계에서 가장 자유롭다고 여겨졌던 국가를 경찰국가로 만들기 위한 구실로 이것을 이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브라질은 미국인 입국자에 대해 똑같이 지문 채취 및 사진 촬영이라는 맞불을 놓음으로써 브라질인을 조치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미국을 압박하고 있다.
또 이 조치 반대 운동을 해 온 전국시민자유동맹(ACLU) 등 미 인권단체들은 "정부가 모든 사람을 잠재적 테러리스트로 취급하는 안보적 접근법을 취하고 있다"며 사생활 침해 가능성을 우려했다.
테러리스트 차단 효과가 있을지도 의문스럽다. CNN 방송의 한 기자는 "만일 테러 용의자가 미국의 데이터 베이스에 지문이나 사진이 없는 사람일 경우 이런 사진과 지문 대조 작업은 별 소용이 없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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