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17대 국회의원 선거에 나서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지난 4년간 한나라당을 통해서 우리 정치의 누적된 잘못을 고쳐보고자 노력해 왔습니다. 부분적이나마 국회운영의 합리화 등 작은 결실을 만들어 내는 데 일조했음에 위안을 느낍니다. 그러나 그 보다 더 많은 좌절과 실패가 있었습니다.지난 4년을 돌이켜 보면 참으로 부끄럽습니다. 정치 현실에 정통하지 못하면서 정치를 바꿔보겠다고 덤벼든 무모함이 부끄럽고, 잘못된 길을 가는 모습을 보고도 아직은 때가 아니라며 묵인한 무력함이 부끄럽고, 묵인을 넘어서서 어느 사이 동화되어간 무감각함이 부끄럽고, 미숙한 자기 확신을 진리인 양 착각한 무지함이 부끄럽고, 세계관이 다르다는 이유로 내심 무시하고 배척한 편협함이 부끄러우며, 그리고 이렇게 부끄러운 자신의 입으로 선배들께 감히 용퇴를 요구한 그 용감함이 참으로 부끄럽습니다. 누구를 탓하기에 앞서 제 자신이 그에 대한 책임을 지려고 합니다.
한나라당은 국민이 연상하는 음습했던 과거를 이제 떠나보내야 합니다. 저의 불출마가 정치권 전반에 '내 탓이오' 정서가 만들어지는 시발점이 되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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