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억원대의 유령 주식을 유통시켜 파문을 일으킨 중견건설업체 (주)대호가 수백억원대의 어음 사기를 벌인 것으로 밝혀졌다.서울 서초경찰서는 6일 이 회사 대표 김모(57)씨를 사기 등 혐의로 긴급체포해 조사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해 8월부터 새만금 방조제 건설, 경원선 복선화 공사 등을 하면서 하청업체 19곳에 공사대금용 약속어음을 발행한 뒤 결제일 직전에 어음이 위조됐다고 신고, 돈을 지불하지 않는 방식으로 132억원을 가로챈 혐의다. 경찰은 잠적한 유모(57) 회장과 이모(40) 이사도 같은 혐의로 수배했다.
조사결과 대호는 경찰에 어음 위·변조 신고를 한 뒤 은행에 고소장 사본을 제출하면 은행이 어음대금 지급정지 결정을 내려 결제대금을 입금하지 않아도 되는 점을 노렸다. 대호는 또 가공의 인물 명의로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 경찰 조사도 피했다. 특히 대호는 오는 3월이 만기인 300억원대의 어음을 발행한 것으로 드러나 피해 규모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잠적한 유 회장은 서초서가 지난해 8월 수사에 착수하자 전직 경찰 간부를 부회장으로 영입해 로비를 시도하고, 같은 해 11월 사기혐의로 긴급체포됐다 석방된 뒤 "서초서장이 조직폭력배와 결탁해 회사를 망하게 하려 한다"는 진정서를 제출, 서초서장이 직위해제되기도 했다.
91년 현대 계열사로 설립된 대호를 지난해 3월 인수한 유 회장은 지난해 6월 구속 수감중인 이용호씨가 지분 11.66%를 매입, 대주주가 되자 액면분할과 감자 등을 통해 대주주로 다시 올라선 뒤 3차례 허위 유상증자 행각을 벌여 주주 9,000여명으로부터 160억원을 받아 챙겼다. 대호에는 태권도협회장 선거과정에 조직폭력배를 동원한 혐의로 구속된 이승완씨가 사외이사로 등재돼 있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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