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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어 천국 니가타懸/드넓은 설원… 질주본능을 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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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어 천국 니가타懸/드넓은 설원… 질주본능을 깨운다

입력
2004.01.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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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 나오자 설국이었다. 밤의 밑바닥까지 하얘진 듯 했다." 가와바타 야스나리(川端康成·1899∼1972)의 소설 '설국'이 탄생한 그 유명한 풍광이 눈 앞에서 오롯이 재현된다. 일본의 혼슈(本州) 중앙 서해쪽에 위치한 니가타(新潟)현은 지금 온통 눈밭이다. 스키 마니아들에겐 말 그대로 천국이다. 스키어(혹은 스노우보더)라면 곱고 깨끗한 새하얀 눈을 질리도록 즐길 수 있다는 것만으로 탄성을 지를 만하다. 스키장을 찾기 위해 따로 지도를 펼칠 것도 없다. 니가타엔 스키장만 85개. 연 평균 3m가 넘는 눈이 내리는 덕분에 설질(雪質)이 좋은 스키장이 도처에 널려있다. 11월에 첫 눈이 내려 다음해 5월 초까지 순백의 겨울 정취를 간직한다.스키어들의 낙원, 나에바 리조트

다케노코산을 정점으로 거대한 설원이 펼쳐져 있다. 일본 스키의 대명사라고 불리는, 일본 내 최고 규모(총 면적 196만㎡)를 자랑하는 나에바 리조트다.

곤돌라를 타고 산을 넘어 가면 나에바 스키장의 웅대함이 한 눈에 들어온다. 세계에서 가장 긴 5.5㎞의 곤돌라에 몸을 싣고 20여분. 발 밑으로 스쳐가는 눈 덮인 산 능선의 풍경은 한 편의 영화 속 장면 같다. 50㎝가 넘는 두께의 눈을 흰 모자처럼 덮어쓴 나무들은 수묵화를 만들어 내고, 인적이 드문 공간을 파헤친 야생동물의 발자국은 아이들의 환호를 부른다.

해발 1,789m의 산 정상에서 내리뻗은 슬로프는 모두 28개(최장 활주거리 4㎞). 특히 프린스 호텔의 문을 나서면 바로 마주하게 되는 슬로프는 나에바의 중심을 이룬다. 최신 유행의 스키복을 입은 젊은 여성들이 몰려드는 곳으로 유명하다. 주민들은 "이곳에 오면 이번 시즌의 유행을 금방 알 수 있다"고 자랑스럽게 말한다.

대부분의 슬로프는 경사가 완만하고 폭도 넓어 초보자들이 쉽게 적응한다. 하지만 조금만 위로 올라가면 최대 경사 32도, 평균 경사 31도의 상급 코스가 수준급 스키어들을 유혹하고 혼자서 느긋하게 스키를 즐길 수 있는 분위기의 호젓한 코스, 스노우보드 전용 코스 등 각양각색의 코스가 널찍널찍하게 자리잡고 있다.

스키어나 스노우보더 모두에게 이곳은 낙원이다. 얼거나 뭉쳐지지 않아 '파우더 스노'라고 불리는 눈이 내리는 날이 한겨울의 절반을 넘는다. 하루 종일 눈이 내려도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지 않고 밤 10시까진 언제나 야간 스키를 즐길 수 있다.

스키 후의 휴식과 숙박을 위한 장소도 넉넉하다. 스키장 주변에는 1,782개나 되는 객실을 갖춘 메머드급 프린스 호텔을 비롯하여 일본식 여관과 펜션 90여 개가 밀집해 있다.

가라유자와 스키장과 유자와고원 스키장.

교통을 우선 생각한다면, 에치고 유자와 역을 중심으로 5∼10분 거리에 위치한 가라유자와 스키장과 유자와고원 스키장을 찾자. 가라유자와 스키장은 신간선 열차를 타고 도쿄에서 80분 달려 가라유자와 역에 내리면 바로 연결된다. 개찰구를 빠져 나오자마자 '카와방가'라고 불리는 스키센터가 눈에 들어온다. 일본 직장인들이 "양복 차림에 구두를 신고 퇴근 길에 들린다"는 현대 감각의 스키 장소로 널리 알려져 있다.

슬로프는 표고 1,181m의 산 정상 코스를 비롯해 급경사와 완경사의 다양한 15개 코스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유자와고원, 이시우치마루야마 스키장을 한데 묶은 리프트 공용권(1일 4,900엔)을 이용하면 보다 광대한 지역을 자유롭게 즐길 수 있다.

유자와고원 스키장은 가족단위 스키어들에게 안성맞춤이다. 스키어 전용 코스를 마련해 어린 아이들이 스노우보더와 부딪혀 다치는 일이 없다. 로프웨이(협궤열차)는 이곳 최고의 명물. 최대 166명을 한꺼번에 태우고 산 정상까지 올라가는 위용이 관광객을 즐겁게 한다.

유자와 지역은 800년 전통의 온천들로도 명성이 높다. 역한 냄새가 전혀 없고, 물이 맑다 못해 투명하다. 이곳을 대표하는 온천 여관은 '나까야'(中屋)' (81-257-84-3522). 일본 전통 의상 유카타를 입고 일본 향토 요리를 맛 볼 수 있다. 2인 1실 기준 1인당 1만 3,000∼4만엔. 다소 비싸지만, 일본 전통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생활을 체험해 보는 것도 괜찮은 추억이 될 듯하다.

/배현정 기자 hjbae@hk.co.kr

물의 고장

니가타현은 스키장 외에도 '물의 도시'로 유명하다. 일본에서 가장 긴 시나노가와강(367㎞)이 시내를 가로지른다. 시내 중심부에 위치한 5개의 다리 중에서 가장 인기 있는 다리는 '반다이교'(万代橋). 아치형의 이 다리는 니가타의 상징이다. 1887년의 화재로 불타버린 다리를 1929년 현재의 아름다운 돌다리로 재건했다. 니가타항은 1858년 미·일 수호통상조약에서 일본개항 5항으로 지정되었다. 북한화물선 만경봉호가 드나드는 곳으로 유명하다.

비옥한 농토를 가로질러 흐르는 맑은 물은 동양에서 가장 맛있는 쌀로 평가받는 '고시히카리'를 생산해 낸다. 당연히 술맛도 일품이다. 일본에선 '고시히카리'로 빚는 '고시노캄바이(越「寒梅)'라는청주를 최고 브랜드로 친다.

역사와 민속 자료

항구도시 문화와 근대 문화가 공존해 볼거리가 많다. 20세기 초까지 일본의 8개 대지주 가문 중 6개 가문의 근거지였다. 이 중 1위로 꼽히는 이토 가문의 본가가 태평양 전쟁 후 박물관이 되었다. 니가타시 근교 요코코시마치에 있는 북방문화박물관이다. 대지 8,800평 건평 1,200평으로 대형 다다미방만 65개가 있다. 이토 가문이 사용했던 집기와 장식품 등이 방마다 전시되어 있다. 특히 정삼각형 건물은 현존하는 유일한 것으로 문화적 가치가 높다.

아름다운 눈의 고장을 배경으로 아름답고도 슬픈 사랑 이야기가 전개되는 '설국'의 무대도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다. 1972년 일흔 셋 나이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작가가 이 소설을 썼던 건물은 다카항(高半) 여관(81-25-784-3333). 니가타 남부 유자와에 있다.

건물은 개축했지만 가와바타가 묵은 방을 재현했다. 소설의 주인공들이 만났던 신사를 비롯해 작가의 집필실을 그대로 보존해 작가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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