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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이슈]드러나는 파키스탄 核커넥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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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이슈]드러나는 파키스탄 核커넥션

입력
2004.01.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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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보유국 파키스탄이 최근 대량살상무기(WMD)의 전파자로서 국제 사회의 눈총을 받고 있다. 리비아가 지난달 WMD의 전면 포기 선언을 한 이후 리비아와 파키스탄간의 핵 연계가 확인되면서 본격적으로 도마에 오르기 시작했다. '핵의 축'으로 지목당할 처지에 놓인 파키스탄은 '민간 차원'의 핵 기술 유출 가능성을 인정하고 부랴부랴 내사에 착수했다.

리비아와의 핵 개발 거래

리비아가 지난달 19일 WMD 포기를 선언한 데는 핵 개발에 빼놓을 수 없는 원심분리기를 싣고 리비아로 향하던 독일 국적 선박이 10월 미영 정보기관에 발각된 것이 결정적이었다고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가 보도한 바 있다. 이 원심분리기를 제공한 국가로 파키스탄이 유력하게 지목된 것이다.

파키스탄과 리비아의 핵 연계는 파키스탄의 핵 개발 태동기였던 197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리비아는 핵 기술을 취득하는 대가로 파키스탄의 핵 개발을 재정 지원하는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무아마르 가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의 아들인 사이프 알 이슬람 가다피는 최근 영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리비아가 파키스탄 과학자들에게 수백만 달러를 지급하고 핵 폭탄 제조 기술을 사들였다"고 확인했다. 서방 전문가들은 리비아가 90년대 말부터 파키스탄 과학자들에게 1억달러에 가까운 자금을 지급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북한 이란 사우디와도 '핵 커넥션'?

북한과의 경우는 파키스탄이 북한으로부터 장거리 미사일 기술을 제공받는 대가로 핵 개발 기술을 넘겨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미국은 파키스탄 '핵 폭탄의 아버지'인 A Q 칸 박사가 97년 북한과 접촉을 시작, 북한을 13차례 방문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2001년에는 미 정찰위성이 북한 미사일 부품이 평양 근처에서 파키스탄 화물기에 실리는 것을 포착하기도 했다. 이는 2002년 말 터져나온 북한 핵 문제가 기존 플루토늄 핵이 아닌 고농축 우라늄 핵이었다는 점과도 맥이 닿는다.

파키스탄은 70년대에 이미 우라늄 농축용 원심분리기 기술을 획득했다. 뉴욕 타임스는 북한과 파키스탄의 협력 관계가 아직도 단절되지 않았다는 의혹이 있다고 지적했다.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은 북한 미사일 수입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핵 기술 이전은 없었으며 협력은 재래식 탄두를 장착한 미사일에 국한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란도 87년 파키스탄과 핵 기술 이전 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국제사찰 등을 통해 드러났다고 뉴욕 타임스는 지적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파키스탄이 원심분리기 설계도를 이란에 제공했으며 이 과정에 칸 박사가 개입했다고 전했다.

최근 들어서는 사우디 아라비아도 파키스탄과 핵 협력에 관한 비밀협정을 체결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중동의 안보 상황이 악화할 것을 대비해 사우디가 석유를 제공하는 대가로 파키스탄으로부터 핵 기술을 이전받기로 했다는 것이다.

당황한 파키스탄의 움직임

파키스탄의 핵 기술 발전에는 오랜 우방이자 인도를 견제하기 원하는 중국이 큰 몫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은 96년 국제사회로부터 압력을 받자 안전장치가 없는 핵 시설을 수출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미국은 아직도 중국 회사들과 파키스탄 핵과의 연계에 대해 의혹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파키스탄은 지난달 23일 일부 과학자들이 개인적 야망과 탐욕 때문에 민감한 핵 기술을 이란에 유출했을 가능성이 있으며 핵 과학자들을 대상으로 내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시인했다. 칸 연구소 소속 과학자 2명 이상이 핵 기술 유출 혐의로 체포되고 칸 박사도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키스탄은 핵 기술 유출이 확인된다 하더라도 이는 정부와는 무관하다고 주장하며 국제 사회의 비난을 피하려 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정부의 개입 없이는 이 같은 광범위한 핵 커넥션을 설명하기 힘들다고 지적한다. 핵심에 서 있는 칸 박사가 국민적 영웅으로 추앙받고 있어 정부가 제대로 수사를 진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고민에 빠진 미국

미국은 이미 파키스탄 핵 커넥션에 대한 상당한 수준의 정보를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그러나 "무샤라프 정권 들어서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선에서 구체적인 언급을 피한 채 눈을 감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 주 기자회견에서 "파키스탄의 핵은 안전하다"고 확신했다. 이는 테러와의 전쟁을 둘러싸고 파키스탄의 협력을 얻는 것이 긴요하기 때문. 과거에는 구 소련을 견제하기 위해 파키스탄의 핵 문제를 용인해줬다.

그러나 최근에는 미국 의회 일각에서도 "WMD 확산자들에게도 보상을 해야 하느냐"며 파키스탄에 대한 원조 제공을 재고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어 주목된다. 워싱턴 포스트는 1일 "파키스탄은 핵 무기, 종교적 극단주의, 영토 분쟁 등이 혼재하는 가장 위험한 지역"이라며 부시 대통령이 2004년 직면할 4대 외교과제 중 하나로 파키스탄 핵 문제를 꼽았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 파 '核폭탄의 아버지' A.Q. 칸 박사

파키스탄 핵 파문의 한가운데는 국민들로부터 '핵폭탄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압둘 카디르 칸(69·사진) 박사가 있다.

파키스탄의 핵개발과 의혹을 받고 있는 북한 리비아 등으로의 핵 기술 이전은 수도 이슬라마바드 외곽 카후타에 자신의 이름을 따 설립한 'A Q 칸 연구소'가 중심적인 역할을 했다. 1997년 이후 북한을 13차례나 방문한 것으로 알려진 칸 박사는 북한에 원심분리기 기술을 이전해 주고 대신 파키스탄의 핵무기 사거리를 늘릴 수 있는 미사일 기술을 제공받는 거래에도 깊숙이 개입했다는 게 정설이다. 칸 박사는 1935년 인도 보팔에서 태어났으나 이슬람교도에 대한 박해를 피해 파키스탄으로 이주했다. 파키스탄 정부의 과학육성 프로그램에 따라 벨기에의 루벵 가톨릭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72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물리동력학연구소(FDO)에서 연구원으로 일했다. FDO는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된 핵 폭탄과 같은 수준의 농축우라늄을 이미 만들어 내고 있던, 영국 네덜란드 독일 등이 공동 설립한 우라늄농축합동연구소(URENCO)와 정보교류가 활발했다. 그는 이 연구소에서 핵무기를 만드는 데 필수적인 원심분리기 제조기술을 독일어에서 네덜란드어로 번역하는 일을 했는데, 이 과정에서 핵심기술을 획득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가 1976년 1월 파키스탄으로 돌아간 뒤 사표를 내자 네달란드 당국은 그가 핵무기 제조기술을 훔쳐갔다고 소송을 제기해 암스테르담 지방법원은 83년 1월 궐석재판으로 그에게 4년형을 선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판결은 법적 절차상의 이유로 번복됐다. 줄피카르 알리 부토 당시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그는 칸 연구소의 전신인 카후타연구소(KRL)에서 '훔친' 지식과 장비로 무기급 우라늄을 농축하는 데 성공, 일약 이라크의 자파르 디아 자파르, 이스라엘의 유발 니만 박사와 같은 반열의 국민적 영웅으로 부상했다. 당시 그는 국제학술지에 우라늄 원심분리기 제조 등에 관한 극비문서를 잇따라 발표하고, 이 논문들에 대한 세일즈 안내책자까지 내놓아 세계를 놀라게 했다.

미국의 역대 정부는 칸 박사의 이 같은 행적을 소상히 파악하고 있었으나 구 소련을 견제하는 데 파키스탄이 갖고 있던 전략적 가치를 감안, 강력한 제재를 하지 못했다. 빌 클린턴 정부에서 94년 북한 핵 위기 수습에 관여한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차관보는 "국제사회가 핵확산 1급 수배자 명단을 만든다면 칸 박사가 최우선 지명수배자가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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