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을 중심으로 급속하게 확산된 블로그(blog)가 지난해 사이버 공간을 흔들었다. 소리 없는 미디어 혁명으로도 불리는 블로그는 올 한해 사이버 공간을 뛰어넘어 미디어 환경 등 기존 문화에 일대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유럽의 대형 광고대행사인 '유로 RSCG 월드와이드'는 블로그를 2004년 세계 10대 트렌드 목록에 올리면서 "블로그는 지난해 세계적으로 300만개가 생겼고 올해 더욱 각광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블로그는 인터넷(웹, Web)에 쓰는 일기장(Log)이란 뜻의 웹 로그(Web log)의 줄임말로 개인 홈페이지보다 사용법이 훨씬 단순한 블로그 웹페이지를 통해 자유롭게 칼럼과 일기, 취재기사 등을 올릴 수 있는 웹사이트다. 블로그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불특정 다수의 블로그가 긴밀하게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이다. '링 블로그' 기능을 이용하면 내 블로그에 만든 특정 주제의 커뮤니티에 다른 블로거(blogger)의 글이 자동적으로 올라오고, 마찬가지로 내 글을 수많은 타인의 블로그에 동시에 게재할 수 있다. 또 자신이 자주 방문하는 블로그의 연결 코너가 만들어지고, 자신의 글에 답글을 남긴 방문자의 블로그로 바로 들어갈 수도 있다.
블로그의 확산은 지난해 3월 이라크 전쟁 발발과 더불어 등장한 살람 팍스의 '라에드는 어디에 있나'(www.dearraed.blogspot.com)라는 블로그가 직접적 계기였다. 당시 29세의 평범한 건축가였던 살람 팍스는 바그다드에서 자신의 블로그에 전황을 매일 중계, 세계 유수 언론 못지 않은 관심을 모았다.
살람 팍스 이후 전세계의 블로그는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했고, 국내에도 에이블클릭의 전문 블로그 사이트를 시작으로 네이버, 싸이월드, 야후 등 포털사이트들이 '페이퍼'(네이버) '미니홈피'(싸이월드) 등의 이름으로 본격 서비스를 시작했다.
올해 블로그 문화는 개인의 신변잡기를 풀어놓는 놀이의 일종에서 한 단계 더 발전해 강력한 커뮤니케이션 도구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기존의 블로그는 포털사이트의 부가서비스처럼 운영돼 해당 사이트에 회원 가입을 하지 않으면 이용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런 제한은 조만간 사라질 전망이다. 야후코리아 커뮤니티팀의 김경연 과장은 "올해부터 일부 포털을 중심으로 블로그의 이용 제한이 서서히 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포털사이트들은 같은 주제의 블로그 정보를 한데 모이도록 하는 '그루피' 서비스를 활성화하고, 휴대폰으로 블로그를 검색할 수 있는 '모바일 블로그'도 새롭게 마련할 움직임이다. 이미 디지털 카메라가 부착된 휴대폰이 널리 보급돼 휴대폰으로 사진까지 올릴 수 있는 '모바일 블로그'는 블로그 폭풍을 몰고 올 게 분명하다.
블로그는 지난해부터 온라인을 벗어나 출판물로도 옮겨지고 있다. 네이버의 인기 블로그를 책으로 출판한 박대일 영언문화사 편집장은 "블로그는 기본적으로 1인 미디어 성격을 지니고 있어 출판 콘텐츠로서 적합하다"며 "출판계는 다품종소량생산 시대에 적합한 아이템인 블로그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블로그가 미디어 환경에 던질 영향도 관심거리다. 블로그는 기존의 '중앙집권적' 미디어에 도전하거나, 그 틈을 보완하는 성격을 지닌다. 외국의 경우 윌리엄 깁슨(www.williamgibsonbooks.com/blog/blog.asp), 레베카 블러드 (www.rebeccablood.net), 데이브 와이너(www.scripting.com) 등 유명 블로그는 이미 중요한 뉴스 제공 주체로 떠올랐다.
우리도 전문성을 갖춘 블로거들이 기자 못지 않은 정보 전달자의 역할을 하거나, 나름대로 독자층을 확보한 논객들이 기존 미디어를 통하지 않고도 블로그로 다수의 대중과 소통하면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미국의 경우 기존 언론의 보도나 컬럼 내용 등을 정밀하게 검증하는 블로그도 활성화 했으며 살람 팍스의 예처럼 블로거가 가지는 '현장 목격자'로서의 특징은 뉴스의 현장성에서 기존 언론을 압도할 수 있다. 실제로 국내에서도 지난해 대구 지하철 참사 때 한 승객이 촬영한 불 난 지하철 사진 한 장이 블로그에 맨 처음 올랐고, 다시 일간지에 1면 사진으로 실린 적이 있다.
미디어평론가 백병규씨는 "1인 미디어인 블로그가 기존 매스미디어의 의제 설정 기능을 대체할지는 아직 불투명하지만, 전문 분야에서 기존 미디어의 부족한 부분을 메우는 데는 확실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특히 "전문 영역의 블로거들이 전문성을 바탕으로 에세이류의 글쓰기에 어느 정도 성공하는 지가 새로운 미디어로서 블로그의 가능성을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김영화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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