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과 디지털카메라, MP3플레이어의 구분이 무너지고 있다. 휴대폰과 디카가 결합한 카메라폰에 이어, MP3 기능의 휴대폰과 디카가 나왔고, 반대로 디카와 인터넷 기능을 내장한 MP3도 출현할 전망이다. 이처럼 서로의 영역을 넘나드는 혼혈제품이 속속 등장함에 따라, 2004년에는 '퓨전 모바일' 열풍이 IT업계를 휩쓸 것으로 보인다.급속히 허물어지는 제품간 구분
휴대폰 진화의 다음 정거장은 'MP3 카메라폰'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3월 중으로 100만 화소급 디카와 IMT-2000급의 휴대폰, MP3가 통합된 제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삼성전자가 KTF용으로 개발중인 'V4200'은 130만 화소 캠코더폰 'V420'을 발전시킨 모델로, 20여 곡의 MP3 음악파일을 담을 수 있다.
MP3도 활발한 넘나들기를 시도하고 있다. 세계 최대 MP3 브랜드 '아이리버'를 생산하는 레인콤 관계자는 "100만∼300만 화소급의 디카와 인터넷 통신 기능을 내장한 MP3 플레이어를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밖에 DVD플레이어의 기능을 일부 채용해 디빅스(Divx) 영화파일을 볼 수 있는 '동영상 MP3 CD플레이어'도 개발했다.
디카 제조사 중에서는 일본 카시오와 삼성테크윈 등이 퓨전 경쟁에 합세했다. 카시오는 지난해 200만화소급의 MP3 기능 내장 디카 'EX-M2'를 내놓고, '캔유'(Can U)폰의 후속으로 MP3 카메라폰을 개발 중이다. 삼성테크윈은 디카에 무선 인터넷 기능을 내장해 인터넷 사진앨범과 동영상 감상이 가능한 제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퓨전 모바일 시대가 열린다
업계는 장차 '퓨전 모바일 시대'의 도래를 예측하고 있다. 각각의 기능에서는 전용제품과의 경쟁이 무리지만, 서로 합쳐서 얻을 수 있는 상승 효과(시너지)가 크기 때문이다.
휴대폰이 MP3 기능을 얻으면 PC가 없어도 무선 인터넷으로 MP3 음악파일을 내려 받을 수 있다. 또 멀티메일을 이용해 친구에게 MP3 음악선물을 띄우는 것도 가능하다. 메모리가 256MB∼10GB 급에 이르는 MP3 플레이어가 디카와 만나면 단번에 100여곡의 MP3 음악과 수백장의 고화질 사진을 함께 담을 수 있다. 여기에 무선 인터넷 기능까지 더해지면 번거로운 연결 과정 없이도 사진과 MP3 파일을 무선으로 주고 받는 것이 가능하다. 일부 전망에 따르면 2004년 중으로 전용기기와 혼혈기기와의 시장 비율은 중저가 제품을 중심으로 6:1에서 4:1까지 높아질 전망이다.
퓨전 모바일 제품은 국내 IT산업의 경쟁력 강화에도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산 카메라폰은 이미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일본 제품을 누르고 최고의 평가를 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퓨전의 핵심은 여러 재료의 장점을 뒤섞는 것"이라며 "한국 '비빔밥' 문화의 저력이 첨단 IT산업에서 발휘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철환기자 ploma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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