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성폭력 피해아동의 '비디오 녹화 진술'을 법적 증거로 인정해 피고인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법원이 피해아동을 법정에 세우지 않고 경찰조사 단계에서 녹화된 비디오 진술을 주요 증거물로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서울지법 서부지원 형사1부(김남태 부장판사)는 5일 미성년자 강제추행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모(60)씨에 대해 경찰조사 단계에서 작성된 비디오 녹화 진술을 근거로 징역 8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피고인 김씨는 자신의 딸이 운영하는 A어린이집에서 운전기사로 일하다 지난해 5월 어린이집 2층 방에서 원생 J(5), K(4)양을 성추행하고 상처까지 입힌 혐의로 기소됐었다.
재판부는 심리과정에서 성폭력 피해자인 J양과 K양을 법정에 세우는 대신 경찰에서 작성된 비디오 녹화 진술을 주요 증거로 채택했다. 비디오 녹화진술은 애초 증거보전 신청조차 돼 있지 않았지만 재판부는 피해 아동들과 전문상담사, 작성자 등을 법원으로 불러 이 녹화 진술의 '진정 성립'에 대한 검증을 거쳤다. 형사1부 장윤석 판사는 "비디오 진술에 대한 검증에서 관련자들이 '진술한 내용이 맞다'고 확인해줘 진정 성립이 인정된 만큼 충분히 증거능력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비디오 녹화진술과 함께 녹화진술에 대한 전문가들의 감정서도 함께 증거로 채택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J양에 대한 강제추행 혐의에 대해서만 유죄로 인정하고, J양과 K양에 대한 강제추행치상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과 피고인측은 모두 1심 판결에 불복, 항소했다. 아동성폭력피해자가족모임 송영옥 대표는 "재판부가 녹화진술을 증거로 인정해 성추행 피해아동의 인권을 보호해준 것은 다행이지만 판사마다 판단기준이 제각각이어서 전담판사제 도입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서울지법 동부지원 형사합의부(이기택 부장판사) 역시 지난 12월23일 성폭력 피해아동을 법정에 세우는 대신 사전법정진술을 주요 증거로 채택해 J(5), K(4), L(4)양을 성추행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유치원 체육교사 양모(27·회사원)씨에 대해 징역 1년6월을 선고한 바 있다.
/김명수기자 lec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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