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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주기자의 컷]"대박나겠네" 진심과 겉치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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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주기자의 컷]"대박나겠네" 진심과 겉치레

입력
2004.01.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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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일마다 잘 되시고…'(둘 중 하나라도 잘 되면 좋겠다!) '건강과 사랑과 돈이…'(셋 중에 두개만이라도!) '만복이 깃드시길'(만복? 백복만 돼도!) 신년 인사는 늘 과장법으로 구성돼 있다. 받는 사람이나 보내는 사람이나 이런 호의의 10분의 1도 주고 받을 이유가 없는 사이더라도 연말연시라는 핑계가 이 모든 걸 자연스럽게 한다.영화판에서는 '대박 나시길'이라는 덕담이 가장 흔히 쓰인다. '대박'이란 지극히 주관적인 만족도의 표시로, 주변에서는 '대박 났다'고 평가해도 영화를 만든 감독이나 주연 배우, 제작자 등 영화 관계자들은 "좀 더 관객을 모을수 있는 영화"라며 100% 만족하지 않는다. 요즘 기준으로 치면 '300만 명' 정도가 심리적 '대박'의 경계선이다. '대박'은 영화인들에게는 꿈이며, 그들로 하여금 전세금 말아 먹고 또 다시 빚내서 영화를 만들게 하는 '마약'과도 같은 것이다.

하지만 지나친 덕담이 심리적 체증을 부를 수 있어 인사말도 가려서 잘 써야 한다. "대박감이야"라는 인사말이 그 중 하나다. 관객이 보기엔 '저런 영화를 왜 만들었을까' 싶지만 영화 관계자들은 전혀 다른 생각을 갖게 마련이고, 그들과 친한 사람 입에서도 그런 말은 나오기 어렵다. 영화가 별로라도 공짜로 초대 받아 영화를 본 사람들로서는 "괜찮았다" "어느 장면이 웃기더라, 슬프더라" 식의 반응을 보이게 마련이다. 초대 받은 식탁에서 배불리 먹고 나서 "이 집은 생수가 정말 시원하네요" 하는 말인데도 관계자들은 감동한다. 마침내 냉정하게 관객과 극장에 배포할 영화 필름 숫자를 예상하고, 마케팅 비용을 산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무조건 고!'를 외치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영화가 좀 아니다 싶으면 "(경쟁작 5편만 없어지면) 대박 나겠네요"라는 말 대신 "이번에는 너무 욕심부리지 말고 다음 기회를 노려보라"고 진심어린 충고를 해주는 것이 무조건 "한번 쏴 봐" 식의 말보다는 적절할 수 있다. 물론 그것이 관계자의 심기를 건드려 '웬수'가 될 확률은 50%가 넘는다. 속마음이냐, 겉치레냐. 인생이란 결국 이런 질문의 연속이다. 올해 뿌린 만큼 거두는 한 해가 되시길…역시 야박하게 들리기는 하네!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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