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이라는 단어는 너무나 오랫동안 접해왔기 때문인지 오히려 진부하게 느껴진다. 이 단어를 접할 때마다 공학에서 많이 다루는 학문 분야의 하나인 제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시스템 제어의 궁극적인 목적은 목표에 정확히 도달하는 것인데, 이 과정에서 한가지 염두에 두어야 할 중요한 문제는 '얼마나 빨리, 최소의 비용으로, 목표치에 도달하느냐'이다. 그렇지만 얼마나 빨리 도달하느냐 하는 속도 문제와 비용을 최소화해야 하는 문제를 동시에 이루는 것은 어렵다. 다시 말해서 변화의 속도를 높이면 오버슈트가 커져서 비용이 높아지고 심하면 시스템이 불안정해질 수도 있다. 따라서 모든 시스템의 성능은 최소의 비용으로 얼마나 빨리 목표치에 정확하게 도달하게 할 수 있느냐의 경쟁이다.
제어이론에 비추어 보면 개혁은 빠른 속도로 이루어져서 목표치에 바로 도달할 수 있으면 가장 이상적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오버슈트가 지나치게 커지고 계속 진동만 한다면 우리 사회가 지불하는 비용이 매우 커지게 된다. 더욱 이상적인 것은 진동을 하지 않으면서 바로 목표 값에 빨리 도달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이다. 그러나 이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한 나라에 비유하자면 최고의 지도자 즉 대통령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 대통령은 국가 개혁의 비용을 최소화 하면서 빠른 속도로 개혁되도록 하는 책무를 가지고 있다.
대통령의 역할을 생각하면 운영과 항해를 책임져야 하는 해군의 함장을 떠올리게 된다. 어느 여름날 태풍이 완전히 지나가기 전에 소형 함정을 타고 항해를 해야 할 일이 있었다. 파도가 매우 거칠고 심했다. 배에서 정장의 지시에 따라 조타수가 조타를 계속 심하게 좌우로 회전하고 있었다. 나는 왜 그렇게 심하게 회전시켜야 하는지 궁금했는데 대답인즉 파도와 정면으로 맞서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파도를 옆으로 맞으면 배가 전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항해에 비유한다면 대통령에게는 야당과 언론이 거친 파도와 같이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이제 파도가 높거나 심하다고 두려워 하거나 불평할 필요가 없다. 그것은 인위적으로 통제할 수 없는 자연현상이기 때문이다. 안전항해를 위해서는 파도의 정면을 항해해야 한다. 바다에서의 파도타기 운동처럼 오히려 이를 이용하고 힘을 얻어 더 빨리 항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바람직스럽다. 파도를 보조엔진으로 활용해야 한다. 이제 개혁하는 방식을 개혁해야 할 때가 아닐까?
김 윤 호 중앙대 교수 전력전자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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