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아내가 입대하는 아이를 데리고 강릉 어른들께 인사를 다녀왔다. 그러면서 강릉에서 홍게 한 박스를 사왔다. 그런데 무슨 게가 살이 하나도 없어서 국물 말고는 전혀 먹을 게 없었다. 전에 얼핏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게는 어떤 때는 살이 꽉꽉 차고 또 어떤 때는 빈 껍질뿐인데, 살이 꽉꽉 차는 게 보름 때인지, 그믐 때인지 들어도 그때뿐 그 다음이면 바로 잊어버리고 마는 것이다.그래서 아침에 어머니께 전화를 했다. 어느 집이나 이 세상에서 책에 나오지 않는 걸 가장 많이 아는 사람은 바로 어머니다.
"야야, 본시 게라는 건 말이다. 어두우면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들어앉아 있어서 살이 꽉꽉 차고, 달이 조금씩 밝아지기 시작하면 막 돌아다녀서 보름 가까운 때 잡은 게는 그렇게 살이 없는 거란다." 그래서 바닷가 사람들은 달은 보지 않고 게 다리 하나 분질러 보고도 날이 가고 달이 가는 걸 안다고 했다.
그나저나, 어머니 연세가 일흔 다섯인데, 앞으로 어머니가 안 계시면 밥을 먹다가도, 또 길을 가다가도 불현듯 이렇게 궁금해지는 것들을 누구에게 묻나. 그 생각을 하니 나야말로 갑자기 가슴이 먹먹해지고 마는 것이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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