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만약 어머니가 안 계시면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만약 어머니가 안 계시면

입력
2004.01.06 00:00
0 0

지난 일요일 아내가 입대하는 아이를 데리고 강릉 어른들께 인사를 다녀왔다. 그러면서 강릉에서 홍게 한 박스를 사왔다. 그런데 무슨 게가 살이 하나도 없어서 국물 말고는 전혀 먹을 게 없었다. 전에 얼핏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게는 어떤 때는 살이 꽉꽉 차고 또 어떤 때는 빈 껍질뿐인데, 살이 꽉꽉 차는 게 보름 때인지, 그믐 때인지 들어도 그때뿐 그 다음이면 바로 잊어버리고 마는 것이다.그래서 아침에 어머니께 전화를 했다. 어느 집이나 이 세상에서 책에 나오지 않는 걸 가장 많이 아는 사람은 바로 어머니다.

"야야, 본시 게라는 건 말이다. 어두우면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들어앉아 있어서 살이 꽉꽉 차고, 달이 조금씩 밝아지기 시작하면 막 돌아다녀서 보름 가까운 때 잡은 게는 그렇게 살이 없는 거란다." 그래서 바닷가 사람들은 달은 보지 않고 게 다리 하나 분질러 보고도 날이 가고 달이 가는 걸 안다고 했다.

그나저나, 어머니 연세가 일흔 다섯인데, 앞으로 어머니가 안 계시면 밥을 먹다가도, 또 길을 가다가도 불현듯 이렇게 궁금해지는 것들을 누구에게 묻나. 그 생각을 하니 나야말로 갑자기 가슴이 먹먹해지고 마는 것이다.

/소설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