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이 탈레반 정권 축출 2년 2개월 만에 헌법을 확정, 이슬람식 사회질서와 서구식 정치체제를 혼합한 대통령제 국가로 거듭나게 된다. 그러나 극심한 민족간 반목, 강력한 지방 군벌, 불안정한 치안 등으로 인해 아프간의 민주 정부 정착은 낙관할 수 없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아프간 부족 대표 회의(로야 지르가)는 3주간의 회의 끝에 4일 공식어 등에 관한 민족간 이견 등을 봉합하고 헌법을 확정했다.새 헌법은 국민에 의해 직접 선출되는 대통령 중심의 정치 체제, 상·하 양원제 의회, 6개월 이내 총선 실시, 독립된 사법부 구성, 남녀 평등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새 헌법은 모든 법이 이슬람의 율법과 관행에 역행하지 않아야 한다는 이슬람 보수파들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새 헌법은 소수 민족 언어를 공식 언어로 인정할 지를 두고 논란을 거듭한 끝에 나왔다. 당초 초안은 다수종족의 언어인 파슈툰어와 다리어만을 공식어로 인정했으나 북부 소수 민족들의 반발로 우즈벡어와 투르크멘어도 공식어로 인정됐다. 헌법 확정 후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은 "헌법제정은 모든 아프간 국민의 승리로 누구도 패배자가 될 수 없다"며 공식언어를 계기로 촉발됐던 민족간 반목을 청산하자고 역설했다.
서방 소식통들은 유엔과 미국에 의해 과도 정부 대통령으로 추대됐던 카르자이가 주장한 강력한 대통령제가 채택됨에 따라 카르자이가 6월 실시될 대통령 선거에서 유리한 입지를 선점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카르자이는 대통령제 관철을 위해 이슬람 보수세력들의 주장을 쉽게 수용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아프간 헌법 확정 후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아프간 국민들이 안정되고 민주적인 국가를 선택했음을 입증하는 역사적 성취"라고 평가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민주적인 아프가니스탄은 아프간 국민의 이익을 위해 봉사할 것이며 테러범들은 아프간에서 설 땅을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 타임스는 "헌법이 통과됐지만 민족간 깊은 불신, 중앙 정부의 통제를 받지 않는 지방 군벌, 전쟁으로 확산된 개인화기 소지에 따른 사회 혼란 등으로 인해 강력한 리더십이 발휘되기 어려운 게 아프간의 현실"이라고 보도했다.
/이영섭기자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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