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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워서 더 "아름다운 손" 400억대 의료법인 직원들에 쾌척/여수 성심병원 박순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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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워서 더 "아름다운 손" 400억대 의료법인 직원들에 쾌척/여수 성심병원 박순용 이사장

입력
2004.01.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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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일도 아닌데요…. 사회에 진 빚을 갚는 것 뿐입니다." 부도 난 병원을 인수한 한 독지가가 병원을 정상궤도에 올려놓은 뒤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400억원대의 병원과 간호학원 등 부속기관을 선뜻 직원들에게 내놓았다.주인공은 전남 여수의 의료법인 성심병원 박순용(62·사진) 이사장. 박 이사장은 지난해 12월18일 병원에서 열린 '송년의 밤' 행사에 부인과 함께 참석해 "이사장 직을 물러나고 병원 등을 직원들에게 모두 물려 주겠다"고 밝혀 주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박 이사장은 직원들에게 "병원이 흑자로 돌아선 3년 전부터 생각해오던 병원기증 등에 대해 가족들의 동의를 얻었다"며 "병원 경영에는 손을 떼고 어려울 때 '바람막이' 역할만 하겠다"고 밝혔다.

박 이사장이 기증의사를 밝힌 법인 재산은 295병상 규모의 병원과 부속기관인 간호학원, 종합검진센터, 산후조리원, 어린이 집, 장례식장, 산업보건센터 등 모두 7개. 이들 기관의 자산 평가액은 장부상으로만 473억2,000여만원으로 이중 부채 64억원을 빼더라도 재산가치는 400억원이 넘는다.

박 이사장은 병원 기증 발표 직후 이사장 직을 신경외과 류춘식 과장에게 넘겼으며, 병원측은 7명의 이사진을 새로 구성하고 공동 운영에 들어갔다. 박 이사장은 현재 이사진의 부탁으로 명예 이사장을 맡았지만 조만간 이사장 명의변경 절차 등을 마칠 계획이다.

1941년 전남 나주에서 태어난 박 이사장은 8남매 중 유일하게 배 과수원을 하던 부친의 유산을 물려받지 않고 자립한 자수성가형 재력가. 중학교 졸업 후 상경, 고학으로 대학까지 마친 그는 전기회사의 월급쟁이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전기자재 공장 운영 등 안 해 본 일이 없을 정도로 억척스럽게 재산을 모았다.

이렇게 모은 돈으로 고향인 나주에 보건전문대 설립을 추진하던 그는 대학설립이 여의치 않자 88년 병원사업에 뛰어들었다. 당시 서독에서 차관을 제공받아 운영해온 병원이 경영난으로 경매 처분되자 이를 46억1,100만원에 낙찰받아 이듬해 4월 성심병원으로 개원한 것. 이후 그는 병원 경영정상화를 위해 빌딩과 8개의 과수농장을 모두 매각하는 등 350억원이 넘는 돈을 쏟아 부어 2000년부터 매년 7억원 이상의 흑자를 내는 데 성공했다.

박 이사장은 평소에도 사회봉사를 몸으로 실천해왔다. 매년 시에서 무의탁 노인 등 100명을 추천 받아 무료진료를 실시하고, 낙도 의료사업비로 1억5,000만원을 지원했다. 또 해마다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5,000만원을 내놓고 여수지역 달동네인 국동 주민들에게 연탄과 쌀 등을 무료제공하고 있다.

박 이사장은 "어려운 시기에 병원을 살릴 수 있도록 도와준 시민과 직원들에게 병원을 되돌려 주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여수=안경호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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