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에 이어 새해를 맞아 쏟아져나온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을 짚어보면 '두 마리 토끼 쫓기'의 분위기가 물씬 배어난다. 청와대 참모들이 강조하는 바에 따르면, 올해 노 대통령의 공식적인 화두는 '경제활력 회복과 민생 안정'이다. 노 대통령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경제와 관련된 다짐을 챙기고 있다.그러나 노 대통령이 열린우리당 인사 등을 만나서 언급한 비공식적 발언은 정치인으로서의 모습을 선명하게 드러내준다.
지난 31일 우리당 소장 의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총선 때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일을 선관위에 확인해보고 싶다"는 취지로 말한 것은 '총선에 대한 대통령의 의욕이 지나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불러일으켰다.
노 대통령은 "언론이 정치적 발언을 대서특필한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고 참모들도 "비공식 발언들이 왜곡되고 있다"고 항변하지만 노 대통령의 '총선 관심'은 이미 부인할 수 없는 주지의 사실이 됐다.
일부에서는 노 대통령을 만난 우리당 인사들이 노 대통령의 비공개 발언을 당의 인지도 제고 등을 위해 십분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하고 있다. 우리당쪽에서 보면 노 대통령을 만나는 것이 효과적인 선거운동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또 노 대통령으로서는 앞으로 전망이 불투명한 경제를 강조하기보다는 정치개혁을 앞세운 총선 드라이브로 승부를 걸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전망도 나온다. '두 마리 토끼'중 정치에 더 무게가 실릴 것이라는 주장이다. 청와대의 한 핵심 관계자는 5일 이 같은 논란을 의식, "당분간 우리당 인사들과 만나는 일정을 잡지 않도록 건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참모들의 신중한 입장에도 불구하고 노 대통령이 "4월까지는 많이 시끄러울 것"이라고 말한 데 이어 3일 제3차 국정토론회에서 "공직사회가 언론에 포위돼 있다"며 다시 언론과의 전선을 강조한 것은 특기할 만하다.
노 대통령이 그 동안 일종의 정치적 무기로 언론과의 대립각을 활용해온 점을 감안하면 이 또한 총선에 대비한 포석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얘기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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