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곰이다. 사자, 물고기에 이어 월트 디즈니 픽처스가 새로 만든 애니메이션 '브라더 베어'(Brother Bear)의 주인공은 제목 그대로 곰이다. 다른 동물과 달리 두 발로 일어설 수 있는 곰은 그만큼 의인화가 쉽다. 여기에 월트 디즈니는 언제나 그렇듯 꿈틀거리는 눈썹을 그려 넣어 표정 연기를 살렸다. 덕분에 이 영화의 곰들은 능청스러운 연기로 관객을 웃기고 울린다.아득히 먼 옛날 북미 대륙에 저마다 다른 동물을 수호신으로 삼아 살아가는 부족이 있다. 삼형제 가운데 막내인 키나이는 마을의 무녀로부터 곰을 수호신으로 점지받는다. 늑대나 독수리를 수호신으로 삼은 형들보다 부족하다고 느낀 키나이는 심술이 나서 일부러 곰 사냥에 나선다. 그러나 거꾸로 곰의 공격을 받고 위기에 몰리고, 맏형이 목숨을 버린 대가로 겨우 살아난다.
죄책감에 시달리던 키나이는 형의 복수를 위해 길을 나섰다가 놀랍게도 곰으로 변하고 만다. 그때부터 다시 사람이 되기 위한 키나이의 고행이 시작된다.
10년 전 '라이온킹'을 제작할 때부터 작품을 기획했다는 공동감독 아론 블레이즈와 밥 워커는 곰으로 둔갑한 키나이의 눈을 통해 사람들이 잘못 이해하고 있는 자연의 세계를 그렸다. 키나이는 곰이 되고 나서야 사람이 그 동안 얼마나 자연에 위협적인 존재였는지를 깨닫게 된다. 그리고 결코 사람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었던 동물의 사랑과 우정을 보며 사람이었던 자신을 동물들 앞에서 부끄럽게 여긴다.
키나이의 새로운 시각과 깨달음을 월트 디즈니는 이례적으로 상영 도중 화면비가 달라지는 것으로 표현했다. 키나이가 사람일 때는 1.85대 1의 와이드 스크린이었다가 곰이 되고 나서는 좌, 우로 더 넓어진 2.35대 1 시네마스코프 화면으로 변한다. 그러나 정작 기자 시사회에서는 화면비의 변화를 쉽게 실감할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달라진 화면의 좌, 우가 잘린 느낌을 더 강하게 받았다.
작화는 바위 투성이의 서부와 록키 산맥의 숲을 묘사하기 위해 매끄러운 채색보다 붓칠이 그대로 드러나는 유화풍의 거친 화법을 택했다. 대신 화려한 원색을 사용해 애니메이션 효과를 극대화했다. 전체 관람가. 16일 개봉.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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