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컴퓨터 제조·판매사인 IBM의 한국 법인이 수십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 금품 로비와 입찰 담합 등의 방법으로 정보통신부, 군, 국세청, 검찰 등 공공기관에 600억원대의 컴퓨터를 공급했다가 검찰에 적발됐다.특히 이 과정에서 전산 담당 공무원들은 돈을 받고 입찰 비리 등을 눈감아 준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지검 특수1부(김태희 부장검사)는 4일 한국IBM 공공기관 사업본부장 장모(48) 상무와 정보통신부 직원 박모(42·6급)씨, 전 해군정보화개발처장 이모(50·전 대령)씨, 국세청 직원 한모(49·5급)씨 등 12명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LG IBM 권모(46) 상무보 등 21명을 불구속기소했다. 한국IBM은 국내 서버 시장의 39%를 점유하고 있는 최대 서버업체이며, 합작 법인인 LG IBM을 통해 국내 PC와 노트북 판매량의 10%를 차지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장씨 등은 2001∼2003년 정통부 등 5개 기관에서 실시한 전산장비 입찰 과정에서 다른 기업을 들러리로 내세워 협력사인 윈솔이 낙찰받도록 한 뒤 윈솔로부터 시가 9,800만원짜리 골프회원권 등 3억4,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다.
장씨 등은 이 과정에서 LG전자, SK C&C, 씨마닷컴 등 들러리 업체에도 입찰 포기 대가로 3억1,000여만원을 줬다. 이처럼 돈을 받고 담합에 가담한 업체는 청호컴넷, 사이어스 등 14개사에 달했다.
검찰은 특히 한국IBM 등이 정보통신부, 육·해군, 대검, KBS 등에 660억원 규모의 서버, PC, 노트북을 납품하는 과정에서 이들 기관의 전산 실무자 14명에게 2억9,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건넨 사실을 확인했다. 한국IBM측은 이를 위해 영업 이익을 누락시키는 방법 등으로 30억∼40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밝혀졌다.
정통부 전산관리소 구매계획 담당자인 박씨는 2001년 26억원 규모의 서버 입찰 과정에서 정보를 유출시켜주고 윈솔측으로부터 액면가 500만원 상당의 주식과 현금 1,000만원을 받았으며, 또 전 해군 대령 이씨와 전 육군 중령 이모(46·구속)씨는 기술 심사 편의 등을 봐주고 LG IBM으로부터 현금 2,000만원씩을 받아 챙겼다.
이밖에 국세청 전산 담당자인 한씨와 이모(38·6급·구속)씨도 납품을 도와주고 한국IBM으로부터 각각 현금 8,000만원과 액면가 500만원 상당의 주식 등을 받았다.
검찰은 그러나 LG IBM측으로부터 향응과 금품을 제공받은 대검 직원 2명에 대해서는 금액이 1,000만원 미만이라는 이유로 대검에 징계를 통보하는 선에 그쳐 '제 식구 감싸기'라는 눈총을 받고 있다.
/강훈기자 hoon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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