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한국 최고 타자의 자존심을 걸고 일본프로야구에서 활약할 이승엽(28·지바 롯데 마린즈·사진)의 슬픈 가족사가 뒤늦게 알려져 관심을 끌고 있다. 이승엽의 종조부(이용환)는 지난 1930년대 후반 일본에 강제징용된 뒤 고된 노역에 시달리다 광복의 기쁨을 접하기 전에 현지에서 세상을 떠난 역사의 희생자.4일 이승엽의 부친 이춘광(60)씨에 따르면 이승엽의 친할아버지 4형제 중 둘째 형님인 작은할아버지가 전쟁준비에 한창이던 일본의 철도산업개발현장에 투입된 노동자로 강제 징발됐다는 것. 이씨는 "어렸을때 할머니로부터 숙부님이 건설 현장에서 일하다가 돌아가셨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이춘광씨는 이승엽의 일본진출결정 과정에서 "팬들의 여론이 마치 한일합방때 도장이라도 찍는 것"처럼 안좋게 돌아가 가족들의 마음고생이 심했던터에 새해 첫날부터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태평양전쟁 A급 전범들의 위패가 있는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모습을 접하고 아들의 정신무장을 단단히 시키기로 마음 먹었다. 이씨는 또 이승엽에게 3·1운동때 독립선언서에 서명한 민족대표 33인 중 한 명으로 만주에서 항일운동을 하다가 병사한 정암(正菴) 이종훈 선생이 한 가문이라는 사실도 상기시킬 예정이다.
"승엽이가 성장하는 동안 운동에만 전념하느라 전인교육을 시키지 못한게 항상 마음에 걸렸다"는 이춘광씨는 "일본으로 출국하기전에 경북 영천의 중시조 묘소를 꼭 찾게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그렇지만 작은 할아버지의 아픈 상처를 가슴에 묻고 당당하게 활약해 주길 당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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