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55년 1월5일 안전면도칼의 발명자로 알려진 킹 캠프 질레트가 미국 위스컨신주 폰듈락에서 태어났다. 1932년 로스앤젤레스에서 몰(沒). 브리태니커 사전을 비롯해 많은 텍스트들이 질레트를 안전면도칼의 발명자로 기록하고 있지만, 한 세기 동안 성인 남자들의 필수품이었던 이 발명품이 질레트의 창안은 아니다. 1880년대에 안전면도칼을 처음 고안한 사람은 캠퍼 형제라고 한다. 그러나 질레트에게는 캠퍼 형제의 안전면도칼을 값싼 제품으로 개량하는 한편 일회용 면도날을 보급해 시장을 크게 넓힌 공로가 있다.질레트는 이런 면도칼·면도날 대량 생산 체제를 갖추기 위해 1901년 미국안전면도칼회사를 세웠다. 이것이 오늘날 질레트, 브라운, 오럴비, 듀러셀 등의 브랜드로 세계 남성 용품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질레트사(社)의 전신이다. 킹 질레트가 최초의 개량 안전면도칼 특허를 받은 것은 1904년 11월25일이었다. 특허번호는 #775,134. 4년 뒤에는 미국만이 아니라 캐나다, 영국, 프랑스, 독일에 질레트 공장이 들어섰다.
오컴의 면도날(Occam's razor)이라는 원칙이 있다. 면도날이라고 하면 요즘은 보통 일회용 면도날(blade)을 연상할 터이므로 '오컴의 면도칼'이라고 번역하는 것이 더 적절하겠지만, 아무튼 일반적 번역은 '오컴의 면도날'이다. 14세기 영국 스콜라 철학자 윌리엄 오브 오컴의 이름을 딴 이 원칙은, 사리의 설명이 불필요하게 복잡해서는 안 된다는 단순성의 원리를 뜻한다. 가정이나 설명은 단순하고 간결한 것일수록 뛰어나다는 말이다. 윌리엄 오브 오컴이 이 원리를 처음 창안한 것은 아니고, 그가 글에서 이 원리를 자주 실천했던 탓에 그런 이름이 붙게 되었다. 단순성의 원리와 윌리엄 오브 오컴의 관계는 그러니까 안전면도칼과 질레트와의 관계와 비슷한 셈이다.
고종석
/논설위원 aromach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