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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내일 입대하는 아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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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내일 입대하는 아들에게

입력
2004.0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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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서 가장 빨리 자라는 아이는 비온 다음날 오이처럼 자라는 아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빨리 자라는 아이 둘이 있다. 하나는 남의 아이이고, 또 하나는 책 속의 아이다. 그래서 옛말에도 책 속에 남의 아이 크듯 한다는 말이 있는 것이다.네가 아빠하고 대관령을 함께 걸어 넘은 게 9년 전 초등학교 5학년 때였다. 그리고 그때 아빠가 쓴 책이 '아들과 함께 걷는 길'이었다. 그 책 속의 아이가 어느 결에 이토록 자라서 군인이 되는 것이다. 얼핏 생각하기에 너는 그것을 젊은 날 국가에 대한 희생처럼 생각할지 모르지만, 당연히 가야할 길을 가는 것, 네 누이나 애인이 가지 않고 네가 가야 하는 것, 애국이고 나발이고 거창하게 들먹일 것 없이 그게 바로 이땅 남자들의 의무인 것이다. 이런저런 구실을 달아 그 의무에서 자신을 제외시키고, 또 제 자식을 제외시키는 자들은 그가 어떤 자리에서 어떤 일을 하더라도 나쁜 사람들이다. 그런 점에서 너는 거듭 바르고 건강하며 좋은 젊은이다. 아버지인 내가 보증한다.

부디 몸 건강하게, 씩씩하게 다녀오너라. 멀리 안 따라가고 앉은 자리에서 인사를 하마. 힘들 때마다 너를 귀하게 여기던 사람들을 생각해라.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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