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크리스마스 휴일에 은퇴하신 교수님의 전화를 받고 직감적으로 ‘상황이 좋지 않은 환자가 발생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휴일이나 밤에 오는 전화의 대부분은 응급환자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다.그러나 이번 경우는 전화만으로는 금방 판단하기 어려웠다. 내용은 교수님 동창생의 아들이 5일 전 심장마비가 있어서 호주에서 응급처치를 받은 후 막 귀국했다는 것. 39세인 환자는 고기를 좋아하고 직업상의 스트레스 때문에 담배를 놓지못했다.
그는 환자는 얼마전 심장마비가 있었다고 하기에는 의아할 정도로 걸어서 진료실에 왔고 또 건강하게 보였다. 사업상 장기간 호주에 출장가 있는 그는 “2주 전 새벽에 가슴통증이 10분 정도 있었는데 저절로 가라앉았고 5일 전에 아침식사 후에 같은 증상이 다시 발생됐다”고 말했다. 보통 협심증은 운동할 때 일어나나 두 번 다 휴식시에 일어났던 점에 환자도 의아해하다가 119를 호출했다고 한다.
호주의사의 소견서에는 ‘병원 이송도중 환자는 정신을 잃었고 응급실 도착 때에 이미 심장이 정지돼 있어서 전기충격으로 심장을 소생시켰으며 그 이후는 모든 상황이 정상’이라고 기록돼 있었다. 아마도 호주 병원의 응급실 도착 2~3분전에 심장이 정지됐기 때문에 적절한 심장 전기 충격으로 아무런 정신ㆍ신체적인 후유증이 없이 회복된 것으로 보여졌다.
한국에서 같은 상황이 벌어졌더라면 민간 치료를 선호하는 우리의 습관 때문에 응급실로 갈 시기를 놓쳤거나, 앰뷸런스가 와도 비켜주지 않는 교통문화 때문에 식물인간이 되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심장이 정지된 후, 4분이 지나면 뇌는 치명적인 손상을 입기 때문에 설령 나중에 심장이 다시 뛴다 해도 뇌사상태로 빠진다.
30대 후반에 발생하는 돌연사의 원인은 악성 부정맥, 심근증, 협심증 등 원인이 다양하다. 또 이런 응급상황이 언제 다시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원인을 조속히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 그 분은 심장 혈관 중 가장 중요한 가운데 혈관 입구가 30% 정도 동맥경화로 좁아져 있었다.
그 정도 협착은 마라톤을 해도 아무 증상이 나타나지 않지만 담배와 고혈압으로 혈중 콜레스테롤이 높았던 환자는 협착부위에 경련이 일어나서 심장의 혈류가 일시적으로 정지되면서 심장마비가 일어났던 것이다. 20, 30대 돌연사의 원인으로, 흔히 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
동맥경화의 주원인은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 흡연의 네 가지. 그는 이중 세 가지의 위험인자가 있었고 외국에서 힘들게 사업하는 스트레스도 일조를 했다고 본다. 약처방과 함께 담배를 끊을 것을 약속하고 바로 퇴원했다. 좋지 않은 생활습관은 30대에서도 가족과 영원히 헤어질 수 있는 상황까지 낳는다. 가슴이 아프면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이 심장이다.
/오동주ㆍ고려대 구로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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