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는 2차 6자회담 개최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민간 학자 그룹과 미 상원 외교위 전문위원들의 방북 소식이 영 달갑지 않다는 반응이다. 미 백악관과 국무부는 2일 "이들은 미 정부의 공식 대표단이 아니다"며 이번 방북에 일정한 거리를 두었다.이런 반응에는 민간 분야의 대북접촉(트랙 II)이 결과적으론 북한 핵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당장은 정부의 공식적인 해결 노력(트랙 I)에 방해가 된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애덤 어럴리 국무부 부대변인이 "6자회담 성사를 혼돈스럽게 하는 일련의 노력은 6자회담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논평한 것은 이런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북한이 민간 대표단을 초청한 가장 큰 이유는 핵 연료 재처리에 대한 그 동안의 활동을 입증, 6자회담의 협상력을 높이려는 데 있다는 게 워싱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지금까지 미 정부는 북한의 핵 보유 주장에 대해 표면적으론 '무시'로 일관, 북한의 협상력을 떨어뜨리는 전술을 채택해왔다"며 "북한의 핵 재처리완료 주장이 대표단에 의해 확인된 후에도 이런 전술을 계속 끌고 갈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게다가 북한이 자신의 입맛대로 영변 핵 시설의 일부를 공개, 핵 보유 여부를 의도적으로 '편집'할 가능성도 있다.
민간 대표단의 면면도 미 정부의 심사를 불편하게 하는 요소다. 뉴욕 타임스는 이번 주말 중국 베이징(北京)을 통해 북한에 들어갈 첫번째 방북단의 단장격인 존 루이스 스탠퍼드 명예교수는 안보문제에서 대화를 강조해온 이 대학 부설 국제안보협력센터 소장이었던 점을 지적했다. 또 잭 프리처드 전 미 대북담당 대사는 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반기를 들고 국무부를 나온 인사다. 핵 전문가인 지그프리드 헤커 전 로스알라모스 국립연구소장이 미 에너지부와 컨설팅 계약을 맺고 있으나 그가 미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는지는 불확실하다. 미 언론에 인용된 정부 관계자들은 "이번 방북 대표단 중 정부의 축복을 받은 인사는 없다"고 말했다. 대표단의 이런 경력으로 인해 그들의 활동은 오히려 매파들의 반발을 살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커트 웰든 미 하원의원 대표단의 방북을 막은 미 정부가 이번 대표단의 방북을 허용한 배경이 석연치 않다. 미 국무부 관계자들은 "미국 시민이 북한을 방문하는 데 정부의 허가가 필요치 않다"고 말하고 있지만 워싱턴의 일부 관측통들은 이번 민간 대표단이 미 정부 당국과 일정한 범위에서 사전 조율을 거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이 미 민간 대표단에 대한 영변 핵 시설을 공개 방침을 통해 대북 협상력 제고와 북미 대화 분위기 조성이라는 양수를 두고 있듯이 미국도 민간 대표단의 방북을 허용, 북한 핵 개발의 실체를 파악하고 6자 회담의 막힌 통로도 뚫는 이중의 효과를 노렸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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