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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고구려 유적 답사 봉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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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고구려 유적 답사 봉쇄

입력
2004.0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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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올 6월 고구려 유적 세계문화유산 심사를 앞두고 일부 한국 학자와 관광객의 중국내 관련 유적·유물 답사를 막아 파문이 일고 있다. 이는 '동북공정(東北工程)'을 통해 고구려사를 왜곡하고 있는 중국이 한국 학자들의 조사·연구를 차단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관련기사 A19면사단법인 고구려연구회(회장 서길수)가 지난해 12월27∼30일 고구려 첫 도읍 홀본성 (또는 졸본성)자리인 중국 랴오닝(遼寧)성 환런(桓仁)과 두 번째 도읍 국내성의 유적이 있는 지린(吉林)성 지안(集安)에서 실시하려던 역사유적 답사가 중국 당국의 관람 통제로 사실상 무산됐다. 연구회는 현지 여행사를 통해 10월 이후 유적 답사가 자유롭게 허용되고 있다는 안내를 받아 유적 관람표까지 예매해 두었다. 중국 당국은 앞서 지안과 환런 유적에 대한 세계문화유산위원회 조사관 실사(9월4∼10일)를 이유로 9월15일까지 관람을 막았으나 10월1일부터는 답사를 허용해 왔다.

고구려연구회가 해마다 실시하는 고구려 유적 답사의 하나로 이뤄진 이번 행사에는 인솔자인 서길수 서경대 교수를 비롯해 24명이 참가했다.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문제로 일반인의 관심이 높았던 데다 세계문화유산 실사를 앞둔 유적 정비 과정에서 새로 발굴된 유물이 적지 않아 전문학자들의 기대도 컸다. 답사단에는 윤철중 전 상명대 교수, 서영수 단국대 교수, 윤명철 동국대 겸임교수 등 고구려 신화·역사 전공학자와 안병찬 경주대 교수 등 문화재 전문가가 다수 참가했다.

답사 차질 조짐은 답사단이 27일 아침 서울을 출발해 선양(瀋陽) 공항에 도착한 직후 감지됐다. 지린성에서 전날 성장 주재의 대책 회의가 열렸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다음날 지안에 도착한 답사단은 시 당국과 지안박물관으로부터 느닷없는 답사 불가 통보를 받았다. 여행사 관계자는 "전날까지도 인하대 교수팀 등의 답사가 제한 없이 이루어졌다"며 영문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박물관측과의 실랑이 끝에 겨우 장수왕릉, 광개토태왕비, 태왕릉, 국내성, 환도산성 등 주요 유적 몇 곳의 관람이 허락됐다. 하지만 비디오는 물론 사진 촬영을 일절 금지한다는 조건이었다. 게다가 새로 발굴한 유물을 모아 두었다는 지안박물관은 '보수 공사'를 이유로 관람 자체를 거부당했다.

환런의 오녀산성 답사를 위해 29일 아침 지안을 출발한 답사단은 기관원으로 보이는 중국인이 승용차 안에서 답사단의 일거수 일투족을 비디오로 찍는 장면을 목격했다. 지안에서 환런으로 가는 도중 '미행'은 계속됐다. 중국 당국은 당일 아침 현지 여행사에 예매한 오녀산성 입장권을 환불해 가라고 통보한 것은 물론 1월 중으로 예정된 다른 3건의 한국인 답사도 모두 불허한다고 통보했다.

서길수 회장은 "세계문화유산 지정을 신청한 유적지를 뚜렷한 이유 없이 보지 못하게 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중앙이나 지린성 정부 차원에서 이뤄진 조치가 확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답사단이 10월 유적 개방 이후 최대 규모인데다 전문가가 상당수 포함돼 중국 당국이 민감하게 여겼을 것"이라며 "중국이 고구려 문제를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고 있고, 얼마나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지안=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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