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경수 등 글·그림, 김용택 엮음 푸른숲 발행·7,000원
'섬진강 시인' 김용택씨가 2002년 한 해 동안 담임을 맡았던 전북 임실군 덕치초등학교 2학년 일곱 명 어린이들의 일기를 모은 책이다. 무척 재미있다. 생생하고 통쾌하다. 아이들의 그림과 낙서까지 들어있는 책을 읽다 보면 시골 학교 개구쟁이들의 얼굴이 잡힐 듯 떠오른다.
밤에 잘 때마다 '수퍼울트라꼬랑내'를 풍기는 아빠의 발이 얼굴에 걸쳐지는 게 싫어서 '아빠 발은 나의 원수'라고 말하고, 아무리 졸라도 오징어를 안 주는 엄마가 야속해 '엄마는 날 굶기고 혼자만 먹고 싶나 보다'고 투덜댄다.
말로만 통닭 사준다는 아빠를 향해 '통닭이 얼마길래. 아빠가 약속을 지키면 내가 성을 간다'고 화를 내고, 까불이 동생이 짜증스러워 '또 까불면 눈물이 나도록 때려주겠다'고 다짐하고, 할머니 심부름으로 맨날 개밥통 갖다놓는 게 싫어서 '난 개밥 반장 아니다' 라고 선언하기도 한다.
강변과 들판을 쏘다니며 자라는 덕분인지 도시 아이들 글에서는 보기 힘든 여유와 따뜻한 정서가 묻어난다. 땀 뻘뻘 흘리며 밭일 하는 아버지를 보며 얼마나 힘드실까 하고 기특한 생각을 하기도 하고, 등하교 길에 만나는 꽃과 나무, 벌레와 동물에 호기심 어린 눈길을 보내기도 한다.
웃음보 터지는 시 한 편. 꼬랑내 지독한 아빠 발을 규탄한 어린이의 작품이다. '호영이 콧구멍은/ 정말 칠칠맞네/ 네 콧구멍보다 칠칠맞네// 내가 만약에/ 호영이 콧구멍 속으로 들어가면/ 지독해서 죽어버리네' 아이들 마음이 궁금한 어른들, 겨울방학 숙제로 하는 일기 쓰기가 지겨운 어린 친구들이 읽어보면 좋겠다.
/오미환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