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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 2004]<1> 일본 진출하는 이승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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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 2004]<1> 일본 진출하는 이승엽

입력
2004.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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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와 재주를 상징하는 원숭이의 해 갑신년. 원숭이는 결코 '정체'하지 않는다. 늘 움직이고 보다 높은 곳을 향해 기어 오른다. 그 원숭이처럼 갑신년은 각 분야에서 변화와 도전의 바람이 거센 역동적인 한해가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아테네올림픽, 2006독일월드컵 예선 등이 예정돼 있는 스포츠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일가를 이루고도 더 큰 꿈을 현실화하기 위해 안락한 둥지를 박차고 큰 세계로 나가 힘찬 날개짓을 시작하는 스타들의 몸짓에 팬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새로운비상을 꿈꾸는 스포츠 스타들을 가상 시나리오를 통해 집중 조명한다.

/편집자 주

"와, 코에타 호∼무란! (넘어갔다 홈런)"

2월28일 오후 일본 규슈 가고시마현에서 열린 일본프로야구 지바 롯데 마린즈와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첫 시범경기. 가고시마시민구장을 가득 메운 1만5,000여 관중은 물론 니혼TV 중계방송을 지켜보던 사람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터뜨렸다. '아시아 홈런왕' 이승엽(28·롯데 마린즈)이 일본프로야구 데뷔 첫 타석에서 콧대 높은 요미우리의 에이스 우에하라 고지(29)의 포크볼을 제대로 받아 쳐 우월 홈런을 폭발시킨 것. 한국에서 온 용병타자가 최고의 인기팀 요미우리를 상대로, 그것도 센트럴리그 최정상 투수의 위력구를 농락하듯 담장 뒤로 넘기자 일본인들은 감탄사를 연발했다.

놀라움과 찬사, 혼돈이 뒤섞인 현지 야구팬들을 향한 이승엽의 거침없는 대포시위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3월29일 오릭스 블루웨이브전. '천적' 구대성(35)에게는 침묵했지만 더욱 강한 타자로 만드는 '보약'이 됐다. 4월들어 이승엽은 낙차 큰 변화구와 스트라이크 존을 차츰 익혀갔고 시즌 10호 홈런을 넘어선 5월에 타율도 2할9푼으로 끌어올렸다. 마린즈 경기마다 '라이언킹 원정응원단'이 출현하는가 하면 재일동포들은 '대∼한민국'을 목이 터져라 외쳐댔다.

7월11일 나고야돔에서 성대하게 열린 올스타전. 외국인 선수로는 드물게 팬투표를 통해 이승엽이 퍼시픽리그 4번타자로 등장할 수 있었던 것은 6월말 30홈런 80타점을 돌파했기에 가능했다. 더위라는 복병을 만나면서 한동안 헛방망이를 휘둘렀지만 고국 팬들의 염원을 저버리지 않았다. 상대투수들의 견제와 질시를 뒤로 한채 알렉스 카브레라(세이부)와 숨막히는 홈런대전을 펼치던 이승엽의 일거수 일투족은 어느새 한·일 두나라 사람들의 화두가 됐다. 7월에 40홈런, 8월에 50홈런고지에 오른데 이어 9월초 일본프로야구의 전설적인 홈런왕 오 사다하루(王貞治)의 시즌 최다홈런기록과 타이인 시즌 55호에 도달하자 혹시나 했던 일본인들도 경악을 금치 못했다.

9월21일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총리가 VIP석에 지켜보는 가운데 벌어진 세이부 라이온즈와의 시즌 마지막 경기. 서울시청앞 광장을 꽉 메운 국내팬들은 역사적인 장면을 지켜보기 위해 숨을 죽인채 대형 멀티비전을 응시했다. 6회말 마운드에서 '괴물투수' 마쓰자카 다이스케(24)가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시속 150㎞ 총알투가 날아들자 이승엽의 유연한 허리가 힘차게 돌아갔다. '딱'하는 타구음과 함께 볼이 포물선을 그리며 담장을 넘어가자 일본 열도가 들썩이고 서울시청앞 광장은 "이승엽" "이승엽"을 외치는 환호의 함성으로 가득찼다.

이승엽의 갑신년 가상 시나리오를 상상하면 유쾌하다. 스스로 진단한데로 초반에 일본야구에 적응한다면 시즌 56호 홈런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이승엽은 "첫 해 뭔가를 보여주지 못하면 한국야구를 우습게 알 것"이라며 각오를 다지고 있다. 1일 아침 부모님과 함께 대구에서 새해를 맞는 이승엽은 어김없이 모교인 경북고 운동장으로 향해 몸 만들기를 계속한다. 마음은 9년전 프로데뷔 당시 초심으로 가득하다. 한국야구 자존심을 짊어진 이승엽이 "와! 코에타 호∼무란"을 시즌 내내 일본열도에 울려퍼지게 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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