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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테네 2004 한국이 뛴다/ 태릉선수촌 24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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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테네 2004 한국이 뛴다/ 태릉선수촌 24시

입력
2004.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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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최대의 축제 2004올림픽(8월13일∼29일)이 7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올림픽은 올림픽의 '원조' 아테네에서 108년만에 다시 열려 벌써부터 세계인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한국선수단의 예상성적, 준비상황 등을 현장점검했다./편집자 주

정적에 휩싸인 불암산이 기상을 알리는 경쾌한 음악소리에 번쩍 눈을 뜬다. 동이 트려면 아직도 한참 있어야 하는 지난 26일 오전 6시 태릉선수촌. 바람까지 매섭게 불어 체감온도는 영하 10도. 새벽 이슬이 얼어붙은 운동장에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66㎏급의 김인섭(삼성생명)이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냈다. "1등으로 운동장에 나오는 일이 아테네를 향한 마음가짐"이라며 졸린 눈을 비빈다.

새벽 6시부터 칼바람 뚫고 강훈

6시15분. 트랙에 삼삼오오 늘어선 150여 선수들이 최신가요에 맞춰 에어로빅 동작을 시작했다. 선수촌 이광현(52) 지도위원은 "올림픽이 다가오면서 긴장감이 감돌고 조깅에 임하는 선수들의 자세도 진지해졌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새벽운동은 모든 선수들에게 고역이다. 그중에서도 레슬링 대표팀의 표정은 안스럽다. 400m 10바퀴를 돌고 난 뒤 곧바로 엎드린 상태에서 팔로 걷는 로키걷기, 동료를 거꾸로 들고 이동하기 등 고강도 체력훈련으로 다시 땀을 쏟는다.

'한국스포츠의 요람' 태릉선수촌의 하루는 이렇게 시작된다. 입촌한 선수들은 10개 종목 214명. 이들의 생체시계는 8월13일 개막하는 아테네올림픽에 맞춰져 있다. 오전10시 웨이트 트레이닝장인 월계관에 들어서자 '헉 헉' 거리는 배드민턴 선수들의 거친 숨소리가 귀를 파고든다. 땀을 비오듯 흘리며 "시드니올림픽때 패했던 중국의 장준―가오링조에 반드시 금메달로 설욕하겠다"고 말하는 혼합복식 김동문의 표정에서는 숙연함 마저 느껴진다.

오후엔 크로스컨트리 모두 비명

같은 시각 양궁장. 과녁을 바라보는 선수들의 눈빛에서 '살기'가 가득하다. 추위를 피해 가건물 안에 창문을 만들어놓고 70m 밖을 향해 활을 쏜다. 세계랭킹 1위 윤미진은 사상 첫 2연속 올림픽 2관왕에 도전한다. 그러나 내부의 경쟁이 만만치않다. "시드니에서 금메달을 딴 다음해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떨어졌다"는 윤미진은 "자세만 바르면 화살은 맞게 돼 있는 만큼 일정하게 쏠 수 있도록 심리훈련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각오를 다졌다.

낮 12시 꿀맛 같은 점심식사. 안심스테이크, 왕만두, 석화 등 군침 도는 음식들이 나왔다. 하지만 체중조절을 해야 하는 유도 73㎏급 이원희는 입맛만 다시며 다른 종목 선수들의 즐거운 식사광경을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본다.

오후 2시30분. 모두가 참가하는 불암산 8.2㎞(왕복) 크로스컨트리가 시작됐다. 508m 정상을 눈앞에 둔 '눈물고개(일명 할딱고개)'에 이르면 누구나 비명을 내뱉는다. 예전 한 대표선수는 "나중에 할 수만 있다면 불암산을 폭파시켜버리겠다"고 했을 정도. 단숨에 1위로 골인한 주인공은 복싱 페더급 금메달유망주 조석환(상무). 24분40초에 주파했다. 조석환은 "서울올림픽 이후 한국 복싱에서 금이 안 나왔다. 이번에는 결단코 금을 따겠다"며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

금메달의 꿈이 영그는 태릉선수촌은 밤10시가 되자 불이 꺼졌다. '아테네의 영광을 조국의 품에'라고 쓴 플래카드가 선수단 숙소 앞에서 다음날 새벽 6시를 기다리며 '불침번'을 섰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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