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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다시 본다]<1> 시리즈를 시작하며… 전문가 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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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다시 본다]<1> 시리즈를 시작하며… 전문가 좌담

입력
2004.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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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가깝고도 먼 이웃' 일본에서 변화의 기류가 강하게 감지되고 있다. 1990년대의 '잃어버린 10년'에서 벗어나는 듯한 본격적인 경제회복의 징후가 나타나고 있는가 하면, 금기시했던 군사대국화의 움직임도 더욱 구체화하고 있다. 올해는 특히 정치권이 평화헌법의 수정을 본격 논의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일본은 전후 국제사회에 의해 억제돼 온 '보통국가'의 지위를 회복하기 위해 다방면에서 적극적으로 움직일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일보는 창간 50주년을 맞는 새해부터 대하 기획시리즈 '일본을 다시 본다'(13일부터 매주 화요일자 게재)를 연재한다. '미국을 다시 본다''중국을 다시 본다'에 이어 마련한 이번 기획시리즈는 최근 일본에서 새롭게 일어나고 있는 변화의 모습을 짚어보면서 궁극적으로 한일 양국의 바람직한 관계상을 제시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 첫 회로 일본 전문가들의 좌담회를 게재한다. 참석자들은 이 시점에서 왜 일본을 다시 보아야 하는지, 그리고 변화한 일본의 실체는 무엇인지에 대해 심도 있게 토론했다. /편집자 주권 숙 인 교수

숙명여대 일본학과 교수

▲41세·서울대 인류학과 졸, 미국 스탠퍼드대 대학원 인류학 석·박사

▲저서-한일사회조직의 비교(고려대출판부) 등

박 철 희 교수

외교안보연구원 아·태연구부 교수

▲40세·서울대 정치학과·대학원(석사) 졸, 미국 컬럼비아대 대학원 정치학 박사

▲저서-21세기 일본의 국가전략(시공사) 등

이 종 구 교수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

▲50세·서울대 사회학과 졸, 일본 도쿄대 대학원 사회학 석·박사

▲저서-일본의 지방자치와 노동행정(한국노동연구원) 등

―올해부터 일본 문화가 실질적으로 완전 개방된다. 그 동안 표면적으로라도 미래지향적인 관계의 재정립을 목표로 했던 한일 양국으로서는 상징적인 한 해의 출발이 될 것 같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일본을 다시 본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인가. 그리고 일본의 변화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이종구 교수= 우선 변화에 대해 말하자면, 최근의 일본 사회가 정말 변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단지 바깥에서의 인상이 달라지는 것인지를 구분해야 한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본질적인 일본의 변화 속도보다 오히려 바깥에서 해석하는 시각이 더 빠르게 달라지는 것처럼 보인다.

일본이 불평등화로 가고 있다는 인식을 예로 들어 보자. 과거 일본은 자본주의적인 번영과 사회주의적인 평등을 동시에 이룩한 사회라는 자부심이 있었지만 지금은 이것이 많이 없어졌다. 70∼80년대 고도성장기 번영하던 일본의 모델이 깨지고 있다는 것인데, 이는 사실 1973년 오일 쇼크 이후 통계적으로 계속 진행돼 오던 것이다. 한동안 고도성장기의 축적된 부로 인해 이것이 잘 드러나지 않다가 90년대 이른바 '잃어버린 10년'에 들어서면서 문제가 크게 부각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기본적인 구도는 73년 이후 계층간 격차 확대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이를 해석하는 시각이 변화의 실제 양상과는 조금 다른 측면을 보인다는 것이다.

그래서 2004년 일본 사회를 진단하고자 한다면 "일본 사회가 급격한 변화를 맞고 있다" 혹은 "변화했다"라는 예단을 가지지 말고 신중한 시각을 견지할 필요가 있다.

권숙인 교수= 본질적인 문제를 처음부터 잘 짚어 주셨다. 현실적 변화와 이에 대한 해석과는 항상 일정한 간격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를 잘 구분해 지나치게 과장하거나 확대 해석해서는 안 된다.

다만 인식이 변화의 속도를 앞질러가는 것도 문제지만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문제다. 일본을 바라보는 틀, 모델이 너무 오랫동안 굳어짐에 따라, 점진적인 변화를 겪으며 현재 많은 부분에서 예전과 다른 모습으로 서 있는 일본의 모습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그간 우리가 일본에 대해 가지고 있던 안전 신화, 집단주의 등의 이미지는 80년대 초까지 일본의 고도성장기에 형성된 인식 틀에서 비롯됐다. 일본의 특정 시기에 국한된 이 같은 이미지는 실체적인 변화의 여부, 즉 서서히 변해왔건, 90년대 일본의 불황과 함께 급변하기 시작했건 현재의 일본을 진단하기에는 무리가 많은 낡은 모델이다. 예전의 틀로 지금의 일본을 보기에는 너무 부족하다는 것이 일본을 다시 봐야 하는 이유가 될 것이다.

박철희 교수= 우리가 일본을 보는 시각이 과거완료 내지는 과거형으로 굳어져 여기에서 벗어나는 일본의 모습들은 이상한 것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특히 '55년체제' 하에서 가지고 있었던 일본 정치의 모습에 지나치게 경도돼 이것이 지켜지는 것이 선(善)이자, 평화국가로 가는 것이 일본의 당연한 모습이라는 생각이 많다. 여기서 조금이라도 일탈하면 위험한 것으로 간주하다 보니 최근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보수 우경화, 군사대국화, 군국주의화 등의 우려가 많이 나오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는 변화하고 있는 일본을 바라보면서 객관적인 시각 대신 "예전의 일본이 좋았다" "여기에서 벗어나면 안 된다"는 식으로 쉽게 생각하는 것이다.

정치 경제 사회 방위 등 많은 부분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성공했든 실패했든, 이 기간 동안 상당한 수준의 변화가 나타났고 지금도 변하고 있다. 우리는 이 같은 일본의 변화를 어떻게 볼 것이며, 동시에 그럼에도 변하지 않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를 가려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분명 지난 수년동안 일본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변화했고 변화하려고 애써온 것 같다. 특히 최근에는 그 변화의 조짐이 확실해지고 강렬해지고 있다는 느낌이다. 현재 일본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변화를 분야별로 살펴본다면.

박 교수= 정치적인 측면에서는 '55년 체제'가 무너진 데 이어, 소위 '2003년 체제'가 가동하기 시작했다고 하는데 사실 자민당이 일본을 지배하고 있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큰 변화가 없다. 가장 큰 변화는 야당이 변한 것이다. 55년 체제에서는 보수의 자민당, 혁신의 사회당이 주가 되서 경쟁했는데 이제는 보수 양당제적인 구도가 굳어지고 있다.

방위 정책의 경우, 전후 평화헌법과 미일 동맹을 기축으로 하는 방위 정책의 근간은 유지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 다만 평화헌법의 개정 논의가 공론화하고, 평화국가 이미지에서 보통국가화로의 전환을 시도하는 것은 분명한 변화다. 소극적인 전수방위에서 적극적인 방위정책으로 바뀌어나가는 모습이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즉 미일 동맹과 평화헌법이라는 주춧돌은 그대로인 채 그 위의 건축물들이 상당한 수준의 리노베이션을 겪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권 교수= 일본 사회의 변화의 방향을 예시해주는 몇 가지 징후를 짚어 보자. 우선 다민족 다문화 경향이 상당히 진행됐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는 보수화, 우경화 경향과 동시에 진행된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고도성장기에는 일본인들이 동질성이라는 자신들의 정체성을 의심 없이 받아들일 수 있었는데 지금은 국제화와 외국인 노동자의 유입 등이 진전되면서 일상적인 생활에서도 다민족 다문화가 어색하지 않게 됐다. 우리 사회도 곧 비슷한 모습으로 변할지 모른다.

소자화(小子化), 고령화, 미온화, 만혼화 등 일본 사회의 변화를 일컫는 말들에서 드러나듯 전후 일본인들을 지배해왔던 인생 주기, 즉 삶의 모델이 변하고 있다. 2000년 통계에 따르면 34∼39세 남성의 23% 이상이 미혼 상태일 정도이다.

일에 대한 욕망과 에너지를 상실하고 있다는 것도 큰 변화 중 하나다. 일에 매여 살지 않으려는 젊은이들이 크게 늘었다. 소비자본주의의 말로 같은 느낌이 들 때도 있다. 고도성장기에는 소유, 즉 일에 대한 욕망이 컸지만 이제는 소유에 대한 애착이 없거나 약화했다. 일본의 한 사회학자가 70년대부터 "뭘 갖고 싶은가"라는 똑 같은 질문을 초등학생들에게 던졌다. 70년대에는 자동차 전화기 에어컨 등 집안의 소유물을 갖고 싶어했고, 80년대에는 컴퓨터 게임기 등 개인적인 물건으로 선호도가 옮겨갔다. 그런데 같은 질문에 대해 99년의 초등학생들은 대다수가 "없다"라고 대답해 놀랐다고 한다.

이 교수= 아이들이 의욕상실 상태에 빠졌다는 것은 지금 일본 계급이론이나 교육사회학에 있어 굉장히 중요한 테마다. 교실붕괴의 원인과 처방을 내놓기 위해서다. 과거에는 '열심히 하면 출세할 수 있다'는 능력주의 신화가 있었다.

그러나 잃어버린 10년을 지나면서 노력해봐야 소용없다는 사실을 아이들까지 깨닫기 시작했다. 출세하는 사람은 따로 있다는 절망, 보이지 않는 유리벽에 갇혀 있다는 자각에 부모들이고 아이들이고 손을 들어 버린 것이다.

일본의 우파 사회학자들은 90년대 초반 이 같은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사회의 활력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전후 전권을 휘둘러 사회를 뜯어고쳤던 맥아더 이니셔티브밖에 해법이 없다"는 과격한 주장까지 내놓기도 했다. 일본의 정치적 리더십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정도로 허약했고, 대안을 제시해야 할 진보나 좌파 진영조차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점이 일본 사회의 특징 중에 하나이다.

기업조직이 수행하던 복지 기능의 붕괴는 한면으로는 부정적이고 비관적인 현상으로만 비치지만 노동시간의 단축, 여가의 중요성 강조 등 긍정적 측면도 있다. 최근 일에 내몰렸던 남자들이 회사에서 지역으로 돌아오기 시작하면서 일본 지방자치 사회의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는 것이 좋은 예다.

일본을 다시 본다고 할 때 이처럼 각 방면에서 여러 측면을 바라보는 종합적인 시각이 필요하다고 본다.

―일본의 달라진 모습을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본의 실체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고 본다. 지금까지 일본을 바라봤던 우리의 시각이나 인식에는 문제가 없었는지.

이 교수=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일본에 대한 인식은 식민지 시대를 살았던 세대에 의해 사회적으로 전수된 성격이 강했다. 무력을 이용해 아시아의 맹주로 자리하려는 야욕에 불타는 일본이라는 식이다. 그런데 일본은 사실 전후 미군정에 의해 완전히 개조된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같은 점을 고려하지 않고 무작정 예전의 일본만을 떠올리는 것은 바람직한 한일 관계를 위해서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박 교수= 그 같은 예전 인식이 확장된 것이 바로 최근 일본을 바라보는 시각에서 읽혀진다. 일본이 자위대 강화를 통해 군국주의화, 군사대국화를 꿈꾸고 있다는 것인데 이는 진지하게 논의해야 할 측면이 있다는 것과는 별개로, 지나친 우려이자 과도한 해석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어쩌면 전후 일본 사회의 변화는 무시한 채 일본, 일본인의 유전자 깊숙이 군국주의가 박혀 있을 것이라는 환상을 갖고 "일본은 원래 이렇다. 다시 또 그 시절을 꿈꾸는 것이다"라고 치부해 버리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 봐야 한다.

일본은 전쟁이 끝난 후 크게 변했고 지금 또 다시 큰 변화의 시기를 맞고 있다는 생각으로 객관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

권 교수= 일본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자는 차원에서 몇 년 전 출판계를 중심으로 일본 열풍이 불었던 적이 있다. 일본 인식에 대한 전사회적인 논의 분위기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파편적이나마 일본의 새로운 모습을 우리 사회에 알려줬다는 의미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일부 사회현상을 지칭하는 단어 몇 개로 일본을 이해하거나 이해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은 되짚어 봐야 한다. 크기와 복잡성을 떠나 어느 사회를 막론하고 키워드 몇 개로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며 이는 편견이고 오해를 낳기가 쉽다. 일본을 다시 본다는 기획 시리즈도 이 같은 점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최근의 한일 관계도 사실은 커다란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양국은 그 동안 꾸준하게 관계 개선을 해왔다. 2002년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공동 개최했고, 일본에 대한 문화적 장벽도 없앴다. 이 같은 양국관계의 변화를 어떻게 보아야 하나.

이 교수=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일본학자들은 기본적으로 미국이나 유럽 학계와 교류하는 것을 중시했지 한국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최근 일본 교수들을 만나며 느끼는 것이지만 이제 일본 일류 학자들이 한국에 와서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려는 경향이 많아졌다는 게 몸으로 느껴진다. 일본의 지식인 사회에서 한국 등 아시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또 구체화하고 있다. 한국의 학계를 파트너로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느낌이다. 비단 학계뿐아니라 전반적인 한일 관계에 있어서도 큰 틀을 재점검할 때가 됐다는 생각이다.

권 교수= 한편으로 일본 대학이나 학계에서 국제화에 대한 압력이 생각보다 강해지고 있다는 판단이 든다. 일본은 그 동안의 폐쇄성을 걷어내고 외부와의 교류협력을 증진시키려함과 동시에 특히 그 동안 서구 편향적이었던 좁은 시각 대신 아시아에 대한 관심을 부쩍 늘리고 있다. 아시아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담론으로서의 아시아 관계가 부쩍 강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그 같은 발전적인 한일관계의 이면에는 과거사 문제와 일본의 보수 우익화 등 불안한 요인도 도사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향후 한일 관계를 전망한다면.

박 교수= 88 올림픽이나 지난해 한일 월드컵 공동개최 등의 스포츠 이벤트는 한일교류에 있어 획기적인 기회를 마련해줬다. 사회 저변에서부터 교류와 협력이 늘어났고 이에 따라 서로를 받아들이는 감정도 부드러웠다. 국내 지하철에서 일본어로 대화하는 소리가 들려도 별로 대수롭지 않게 됐고 마찬가지로 도쿄의 동네 가게에서 김치를 파는 모습이 일본인들에게도 낯설지 않게 됐다. 장차 양쪽의 사회를 이끌 젊은이들 사이에서 이런 경향이 커지고 있다는 점은 특히 고무적이다. 뿐만 아니라 잘 보이지 않을지는 모르지만 지방자치단체끼리의 교류나 학계 등 사회 곳곳에서도 교류가 확장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전망을 해볼 수 있다.

물론 과거사를 중심으로 한 역사 문제 해결 등 아직 갈등 요인이 남아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는 한일관계의 역사적인 특수성에서 비롯된 문제로, 이른 시일 내에 근본적인 해결을 바라기는 힘들 것이다. 또한 일본의 군사방위 문제가 어떤 쪽으로 풀려나가느냐 하는 것도 잠재적인 갈등 요인이 될 수 있다.

이 교수= 세대에 따라 한일 문제가 다르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세대별로 자신들이 살았던 시대와 그에 따른 정치적 역학관계도 달랐고 시대 경험도 다르다. 이와 같은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변해가는 한일관계의 정도와 각 세대에서 이를 받아들이는 정도가 달라 갈등을 일으키기 쉽다. 지난해 '프렌즈'라는 한일합작 드라마가 최초로 제작되어 양국의 방송을 통해 방영된 일이 있었다.

당시 만났던 재일동포 관계자는 이런 교류야말로 한일 간의 교류에 있어 큰 도움이 되고 재일동포에도 힘이 된다고 반색했지만, 정작 국내에서는 주로 세대 간의 이견을 중심으로 "국가 재산인 전파를 타고 일본어가 안방까지 그대로 전달될 수 있느냐"는 논란이 벌어졌다. 사소한 일로 볼 수도 있는 문제로 갈등이 빚어지는 것을 보고 한일교류가 생각보다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권 교수= 한일교류 채널이 매우 다양화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과거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접촉면이 늘어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 매스미디어를 통한 교류 확대나 전기가 될 수 있는 상징적인 이벤트다. 월드컵 행사 하나가 일본에서 재일동포 인권 운동 50년 동안 애쓴 것보다 나은 성과를 거뒀다는 얘기도 들었다.

박 교수= 양국 모두 세대간의 관점 차이가 존재한다. 직간접적으로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한일관계를 체험한 50∼60대의 경우, 우리나라는 "한일관계를 잘 맺어야 잘 살 수 있다"는 생각과 함께 과거에 대한 경계심이 공존하고 있고, 일본의 이 세대들은 아직 식민지 시대적 우월감에 경도된 측면이 있다. 양국의 20∼30대는 다소 과거에서 자유롭다는 점에서 한일관계의 발전과 교류를 격의 없이 받아들이려 한다. 가능성이 많은 세대들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동시에 이들은 자존심이 강하다는 특징을 지닌다. 감정을 다치는 일이 벌어질 경우 쉽게 등을 돌릴 수도 있다는 점에서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

/정리=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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