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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세이/한해를 마감하며

입력
2003.12.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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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계미년의 마지막 날이다. 회사의 업무결산, 가정의 가계부 결산, 그리고 동창회나 송년회 모임 등 눈 코 뜰 새 없이 바쁜 가운데서도 금년 한 해를 차분히 돌이켜 본다. 아름답고도 알차게 마무리를 지어야겠다는 마음에 회사 수첩과 일기장, 그리고 가계부 등을 꼼꼼히 살펴보게 된다.금년을 시작하면서 계획했던 일, 다짐했던 일들이 모두 잘 이루어졌는지 하나하나 결산해보지만 올해 역시 반성과 후회, 아쉬움만이 앙금이 되어 내 마음 속을 무겁게 억누른다.

매년 한 해를 시작하면서 '시작도 끝과 같이, 끝도 시작과 같이' 하리라고 굳게 결심하며 달력의 겉장을 정성스럽게 뜯어내고, 다져진 마음 그대로를 제야의 종소리에 실어 힘차게 출발해 본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세월이 지나 달력을 한 장 한 장 뜯어 내다보면 용두사미, 작심삼일에 그치고 마는 내 자신의 무력함을 발견하게 된다.

여러 가지 핑계를 대며 차일 피일 미루어 버리는 나약한 의지를 탓하면서도 '그럴 만 했어. 다음부터 잘하지, 뭐'라고 쉽게 자위하며 넘어갔던 나 자신을 깊이 반성해 본다.

40대 후반인 나는 자기 계발을 위해 올해 꼭 실천하리라고 다짐했던 것들이 있다. 출퇴근 시간에 영어 듣기, 자격증 공부하기, 주 3회 이상 운동하기 등이었다.

그러나 돌이켜 보면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만족할 만큼 끝을 맺고 결실을 얻은 것이 없어 후회가 앞선다.

그래도 콩나물 시루에 물을 주면 물이 모두 밑으로 빠져나가는 것 같지만 콩나물은 싱싱하게 잘 자라듯이 그렇게 한해를 보냈다고 자위해 본다.

그 힘들다는 금연에도 성공하고 '사오정' 소리도 듣지 않게 된 것이 지난 해 송구영신의 시점에서 차분히 한 해를 정리하며 알차게 내 자신을 돌아보고 채찍질 했기 때문이 아닐까?

이제 다시 한번 진심으로 마음을 비우고 초심으로 돌아가 연초에 계획하며 다짐했던 것들을 차분히 되짚어 봐야겠다. 석양의 아름다움을 먹구름이 가리지 않기를 간절히 소망하며 알차게 한 해를 마무리해야겠다.

/조병상·서울 중랑구 신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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