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자동차가 영화의 소품이 아니라 주연급으로 출연하는 영화가 속속 제작되고 있다. 식스티 세컨즈, 분노의 질주, 이탈리안 잡이 그 예이다. 공교롭게도 이 세편은 모두 절도범이 등장하고 멋진 자동차 추격전이 주조를 이룬다는 점 외에도 리메이크 작품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오리지널 식스티 세컨즈는 1974년 작이고, 분노의 질주의 원작은 54년 작, 이탈리안 잡의 오리지널은 69년 작이다.3편 중 가장 화제를 끈 것은 역시 니콜라스 케이지가 전설적인 자동차 절도범 멤피스로 분해 세계 최고 명차 50대를 훔치면서 전세계 자동차 마니아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던 식스티 세컨즈다. 영화에는 닷지 바이퍼, 머스탱 셀비 GT500, 코브라 컨템퍼러리, 1988 데토마소 팬테라, 재규어 XJ220, 도요타 수프라 80RZ 베일사이드, 페라리 테스타로사 등 숱한 명차가 숨가쁘게 등장한다.
이중 닷지 바이퍼는 V10 8.0리터 엔진을 얹은 전형적인 미국형 머슬카다. 머슬카는 말 그대로 '근육질'의 람보 같은 차를 뜻하는데, 스피드·마력보다는 순간 가속력과 토크를 더 중요시하는 미국인들의 취향이 담겨있다. 또 전세계에 약 20대 밖에 없는 재규어 XJ220은 일본 역대 최고가 기록을 세운 모델로 유명하며 542마력을 자랑한다. 영화에서 멤피스가 마지막으로 절도에 성공한 자동차인 머스탱 셀비 GT500은 노후한 자동차 왕국 미국의 자존심과 같은 존재다. 전형적인 미국 영화답게 제 아무리 페라리, 포르쉐 등 유럽산 슈퍼카가 득세를 하더라도 미국인들에게는 굵직한 배기음을 뽐내는 머스탱이 최고라고 주장하는 듯하다.
이 영화는 또 제작자 제리 브룩하이머가 대부분의 장면에서 대역배우를 쓰지 말도록 고집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때문에 출연자들은 모두 운전 및 정비 기술을 배웠다는 후문이다. 특히 니콜라스 케이지는 거의 모든 스턴트 연기를 자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 수집이 취미인 그가 이 영화에 출연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르겠다.
/할리우드모터쇼 기획자 최한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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