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대학로 극장 아룽구지에서는 오태석(63)이 쓰고 연출한 '앞산아 당겨라 오금아 밀어라'의 마지막 공연이 열렸다. 2002년 12월 초연 이후 1년 간의 공연이 이로써 막을 내렸다.'앞산아 당겨라…'는 못 나고 가진 것 없어서 질곡의 세월을 견딜 수밖에 없었던 맹구자·성춘배 부부를 통해 한국 현대사의 비극인 제주 4·3 사건을 조명한 작품이다. 이데올로기로 인한 갈등과 분열이 어떻게 우리 삶의 파괴했는지를 죄 없이 죽어간 제주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렸다. 우리 옛말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는 제주말을 고스란히 대사로 되살린 것도 '앞산아 당겨라…'의 미덕이다.
올해는 8월에 제주 4·3 특별법이 공포됐고 10월31일에는 노무현 대통령이 55년 만에 국가 차원에서 사과를 하는 등 뜻 깊은 한해였다. '앞산아 당겨라…'는 노 대통령의공식 사과가 있던 날부터 11월2일까지 제주 공연을 통해 현지 주민들의 뜨거운 반응을 끌어내기도 했다.
"분단이란 무거운 짐을 젊은 세대들에게 넘겨줘야 한다는 생각에 나이 먹은 사람으로서 미안하고 부끄러웠다. 문제 해결은 하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이 비극이 어디서 출발했고 어떠했다는 이야기는 들려줘야 할 것 같았다." 오태석씨는 '앞산아 당겨라…'를 만든 이유를 그렇게 설명했다. 그의 이런 '염원'에 젊은이들이 보인 반응은 뜨거웠다. "편하게 모르는 걸로 하거나, 모르는 체하거나, 또는 정말 모르거나 잊고 있었던 사람들에게 모르는 체해서는 안 되고 잊어서도 안 되는 것이 있음을 알려 줬다." "제주 사투리를 다 알아 들을 수는 없었지만 가슴이 찡하더군요." 공연을 보고 관객들이 남긴 글이다.
오태석씨는 내년에는 자신이 운영하는 극단 목화의 창단 20주년을 맞아 '심청이는왜 두 번 인당수에 몸을 던졌는가', '자전거' '백마강 달밤에'를 연이어 무대에 올릴 예정이다. '자전거'는 한국전쟁 당시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올해 공연한 '앞산아 당겨라…', '내 사랑 DMZ'와 함께 '자전거'는 오태석의 한국분단사 3부작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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