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에 대한 총선 총동원령을 의미하는, 이른바 내년 초의 '올인'구상이 기정사실화하는 쪽으로 분위기가 흐르자 청와대 내에선 엇갈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동원 대상으로 거론되는 청와대의 수석급 이상 관계자들은 대선자금 수사 등으로 가뜩이나 뒤숭숭한 연말연시에 자신의 거취 문제까지 겹치자 더욱 썰렁해 하는 모습이다.노무현 대통령의 최근 발언들로 '총선 승리'에 대한 의지가 확인됐기 때문에 한결같이 불출마를 고집했던 청와대 관계자들이 보이는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체념을 통한 수용'이다.
한 관계자는 "열린우리당이 끈질기게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노 대통령이 방향을 잡았는데 버틸 장사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나는 안나갈 테니 빼달라'고 버티기 어렵게 됐다는 얘기다. 그는 노 대통령이 직접 총선과 관계 없다고 정리한 바 있는 김진표 경제부총리, 강금실 법무장관의 경우도 "당에서 가장 원하는데 과연 예외가 될 수 있을까"라며 회의적 시각을 드러냈다.
이와는 달리 총선 동원과는 다소 먼 거리에 있는 비서관급 이하 실무자 사이에서는 미묘한 성토 분위기가 감지되기도 한다. "고위직일수록 총선 승리를 위해 몸을 던지는 모습을 보여야지, 마지못해 한다는 인상을 줘서야 되겠느냐"는 얘기다. 한 관계자는 "강금실 장관이 지금은 인기가 좋아 잘나간다고 하지만 총선에 패한 이후에도 힘을 쓸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런 분위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그래도 나는 아니다'는 소신형의 인사도 물론 있다. 심심찮게 출마설이 나오고 있는 한 수석비서관은 29일에도 출마 여부에 대해 "결코 안나간다"고 전제, "언론이 일하는 데는 관심이 없고…"라며 못마땅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정치는 '생물'이기 때문에 '올인'이 결국 현실화할지 여부는 내년 초의 정치적 상황에 달려있다는 상황논리를 강조하는 인사들도 있다. 이들은 "대통령의 정치적 행동은 자신의 의지나 당의 요구에 따라서 전적으로 결정될 수 있는 것만은 아니다"라면서 "대통령이 총동원령을 내리기 위해선 그럴만한 명분이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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