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만화계도 수년간 지속된 불황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카툰과 에세이를 결합한 '에세이툰'이라는 새로운 장르의 등장, 절판 만화의 복간, 학습만화의 꾸준한 인기 등이 그나마 희망을 안겨주었고 우리 만화의 해외 진출도 두드러졌다.'파페포포 메모리즈', '마린블루스', '포엠툰' 등 인터넷에 연재됐다가 단행본으로 나온 에세이툰이 국내 만화 시장을 떠받치며 버팀목 역할을 했다. 이 만화들은 인터넷으로는 물론 단행본으로도 인기를 끌었다.
심승현의 '파페포포 메모리즈'와 '파페포포 투게더'시리즈는 100만부가 넘게 팔렸고, 정철연의 '마린블루스'는 올해 대한민국만화대상을 수상했다. 정헌재의 '포엠툰'도 연중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빠지지 않았다. 이들 세 작가는 모두 두 권씩을 냈다. 상반기에 시작된 에세이툰 붐은 하반기에도 이어져 수십 종류가 쏟아져 나왔다.
극화 등 '본격 만화'가 위축된 가운데 이런 '연성 만화'가 강세를 보이는 흐름에 대한 우려도 없지 않지만 만화 장르의 확대로 보는 긍정적 시각이 우세했다.
고유성의 '로보트 킹', 김산호의 '라이파이'등 고전 만화 뿐만 아니라 고우영의 '삼국지''초한지''수호지', 김수정의 '일곱개의 숟가락', 방학기의 '다모'등 절판된 만화의 복간이 이어졌다. 독자들은 보고 싶은 만화를 다시 볼 수 있는 기회였고, 출판사는 침체한 시장을 타개하기 위한 전략이었으나 신인작가 발굴과 다양한 기획을 위한 노력이 부족했던 결과라는 지적도 있다.
학습만화의 인기는 여전했다. '그리스로마신화''먼나라 이웃나라''서바이벌 만화 과학상식'등의 인기에 힘입어 숱한 학습만화가 쏟아졌다. 학습만화에 손을 댄 인기 만화 작가들도 많았다.
1월 프랑스 앙굴렘 국제만화 페스티벌에 '한국만화특별전'이 열려 우리 만화가 일본식'망가'가 아닌 '만화'란 이름으로 유럽에 본격 진출한 것은 특기할 만하다.
샌디에이고 코믹콘, 프랑크푸르트 북페어 등에서도 수백만 달러의 수출 계약을 이루는 등 성과가 있었다. 프랑스에서 한국만화를 연재하는 만화잡지 '도깨비'가 창간되기도 했다.
만화 잡지는 크게 위축됐다. 여성용 순정 잡지 '오후', 만화 정론지를 표방하는 '계간 만화'등이 창간됐지만 시장 위축 물결에 휩쓸려 한계를 드러냈으며'영점프'폐간 등으로 타격을 입었다.
만화 작가들의 위기 의식이 커지면서 '대여권' 법제화 논란이 만화계를 뜨겁게 달궜으나 당초 예상과 달리 지지부진한 상태다. '한국만화살리기운동'등으로 만화작가 출판업자 등이 한 목소리를 내게 된 게 그나마 성과라고 할 수 있다.
5월 문화관광부가 발표한 '만화산업 진흥 5개년 계획'은 만화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획기적으로 바뀐 것을 보여 주었으나 가시적 후속 조치는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남경욱기자 kwnam@ 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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