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낙조(落照)가 일품인 인천 용유도 을왕리 해수욕장을 찾은 김모(42)씨는 황폐해진 주변 풍경에 쓴 웃음을 금치 못했다. 탁 트인 넓은 백사장은 온데 간데 없고 모래가 유실된 채 곳곳에 개펄과 갯바위가 드러나 흉물스럽게 변해 있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3, 4년 전 경치와 너무 달라져 내가 다른 곳에 왔나 착각했었다"며 씁쓸해했다.인천 앞바다 섬들이 무분별한 모래 채취로 신음하고 있다. 바다모래 채취에 대해 환경단체와 주민들은 "생태계가 파괴되고 어족자원이 고갈되고 있다"며 강력하게 반발하는 반면 바다모래 업체와 관련 당국은 "환경 피해 주장은 아무런 근거가 없으며, 이곳에서 채취가 금지되면 모래를 가져올 곳이 없다"고 맞서고 있다.
인천앞바다는 국내 최대 모래공급지
인천 앞바다 옹진군 일대 섬들은 국내 최대의 바다모래 공급지. 전국 바다모래의 60%, 수도권지역의 80%를 이곳에서 공급하기 때문에 채취가 중단되면 심각한 모래파동이 우려될 정도다. 현재 인천 앞바다 모래 채취는 옹진군 선갑도 대·소이작도 승봉도 덕적도 등의 해역에서 집중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인천앞바다 모래 채취량. 198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모래 채취가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25년 후에는 고갈될 위기에 직면해 있고 이 때문에 환경 파괴와 어장 피해를 주장하는 민원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건교부와 옹진군은 "내년도 건설경기와 대형 사업 등을 감안, 인천앞바다 바다모래 채취량을 지난해보다 300만㎗ 늘어난 2,300만㎗로 늘리겠다"는 입장을 최근 밝혀 생태계 훼손 등의 논란이 더 뜨거워지고 있다.
"환경파괴 및 어장 피해 극심"
환경단체들은 "모래 채취를 더 이상 허용하면 인천 앞바다 섬에서 극심한 생태계 파괴가 이뤄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며 채취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인천녹색연합은 최근 성명서를 발표하고 "인천 앞바다에서 20여년 동안 바다모래를 퍼올려 해양생태계가 황폐해지고 섬 지역 자연경관이 크게 훼손됐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실례로 인천국제공항 건설 등 대형 사업을 추진하면서 엄청난 양의 인천 앞바다 모래를 퍼올려 용유도, 무의도, 장봉도 등의 해수욕장이 모래 유실로 지형이 변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무의도 하나개 해수욕장은 모래너비가 3㎞에서 200m 정도로 줄었으며 덕적도 자월도 승봉도의 백사장 대부분도 모래가 쓸려나가고 바위와 큰 돌의 밑동이 드러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어민들은 어족 및 관광 자원 고갈 등에 따른 생존권의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20년 동안 이곳에서 고기를 잡아온 김모(45)씨는 "몇 년 전부터 넙치가 거의 잡히지 않는다"며 "특히 대이작도와 승봉도 사이에 있는 거대한 모래톱인 '풀등'의 면적이 크게 감소해 꽃게 등의 산란 장소가 없어지고 있다"고 울상을 지었다.
"어족자원 고갈 등은 근거 없어"
그러나 해사업체들은 모래 채취에 따른 어장피해 등은 근거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이들은 "2년마다 전문가에게 용역을 의뢰, 환경영향 조사를 실시하고 있는데 모래 채취가 생태계 파괴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는 증거는 아직 나온 적이 없다"며 "어장과 섬에서 3㎞ 이상 떨어진 곳에서 작업을 하면 환경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와 거리 간격을 준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체들은 지난해 한국지질자원연구회 한국해양연구원 인하대 등이 공동으로 발표한 '인천 앞바다 해사 부존량 현황 보고서'에서도 모래 채취로 인해 민어 갑오징어 홍어 등의 개체수가 급감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내려졌다고 반박했다.
한국골재협회 이성재(43) 사무국장은 "바다모래 채취량은 건설경기 등과 맞물려 있다"면서 "뚜렷한 대안도 없이 채취를 무조건 중단하라는 것은 부적절한 얘기"라고 말했다.
옹진군도 별다른 대책이 없다며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옹진군의 관계자는 "인천공항 2단계사업, 인천경제특구, 시화신도시 건설 등 대형 사업이 줄을 잇고 있는 상황에서 모래 채취 증가가 불가피하다고 생각하지만 환경단체의 반발이 잇따라 고민"이라고 말했다.
해양 전문가들은 "주민 보상을 현실화하거나 민원이 제기되지 않는 배타적 경제수역(EEZ)의 모래 채취 방안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원영기자 wy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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