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가 되면 많은 사람이 어떻게 하면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일에 동참할지 고민하게 된다. 최근 기부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흥청망청 쓰는 망년회 대신 자원봉사활동 등을 통해 소외된 이웃을 돌아보며 의미 있는 연말을 보내는 기업과 개인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소외된 약자들이 많고, 이들은 여전히 관심과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특히 세계 최고 수준의 교통사고가 발생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교통사고로 인한 유가족들이 늘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고 실태조차 파악되고 있지 않다.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부모가 사망하거나 중증 후유 장애를 입은 가정의 만 18세 이하의 교통사고유자녀들은 심리적인 충격 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교통사고 유자녀는 20여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민간단체나 정부차원에서 지원 받고 있는 교통사고 유자녀는 3,000여명에 불과하다. 신문, 방송 매체를 통해 교통사고 뉴스가 거의 매일 보도될 만큼 우리사회는 교통사고에 위험에 노출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통사고는 운이 없어 발생하는 개인적인 일로 치부되고 있다. 피해를 고스란히 안아야 하는 교통사고 유자녀 문제 또한 여전히 남의 일로 여겨지고 있다.
녹색교통운동에서 지원하고 있는 한 교통사고 유자녀 가정의 사연은 말 그대로 비극이다. 이 가정의 부인은 중학교 교무 주임이었던 남편이 1994년 교통사고로 사망하자 도배 기술을 하며 어렵게 지내다가 결국 우울증을 극복하지 못하고 지난 10월 두 아이를 남겨두고 자살했다.
이처럼 교통사고는 한 순간에 일어나지만 사회적 무관심 속에 방치된 유가족과 유자녀들의 정신적인 고통 및 이들이 처한 현실은 우리의 상식을 뛰어 넘는다. 그 어려움 속에서도 교통사고 유자녀들이 중증 장애아동 요양시설을 찾아 자원봉사를 하며 작은 희망을 나누어주고 나눔을 실천하고 있음은 이웃에 무관심한 우리 사회를 또 한번 부끄럽게 한다.
교통사고로 인한 피해 가정의 문제는 더 이상 남의 문제가 아니다. 누구나 교통사고를 당할 수 있다. 우리 사회는 교통사고 유자녀를 책임질 의무가 있다. 이들에 대한 관심이 많아져 우리 사회가 더불어 사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
김 현 주 녹색교통운동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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