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휴대폰 생산업체 팬택앤큐리텔 직원들의 얼굴에서는 미소가 끊이지 않는다. 지난 일년새 부쩍 높아진 회사의 위상을 직접 체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산 가는 기차 칸에서 둘러보니 4명중 1명은 우리 제품을 씁디다." "처음 만난 분이 '우리집 휴대폰 4대중 2대는 팬택앤큐리텔'이라며 자랑하시더군요." "애인이랑 전자상가 쇼핑을 갔어요. 휴대폰 진열대의 절반이 우리 제품인 것을 보면서 우쭐했죠."휴대폰 시장에 일어난 '쿠데타'
팬택앤큐리텔의 2003년 매출 전망은 1조4,000억원, 지난해(7,300억원)의 두 배에 가깝다. 시장점유율은 17%까지 치솟아, 삼성전자(50%), LG전자(20%)에 이어 근소한 차이의 3등 자리에 올랐다.
지난해 하반기에 세계 최초로 발표한 고화질 카메라폰 제품은 도합 100만대를 내다보고 있다. 국내 최초로 130만 화소 제품을 내놨고, 미국, 중국, 동남아시아 등 전세계에 진출했다.
혹자는 팬택앤큐리텔이 '쿠데타'를 일으켰다고 한다. 시장점유율이 한자리에 불과하던 회사가 1년도 안돼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휘어잡던 휴대폰 업계의 양자 구도를 뒤엎었으니 수긍할 만한 얘기다. 카메라폰을 휴대폰 시장의 주류로 끌어올리며 국산 휴대폰의 경쟁력을 한단계 끌어올린 공도 인정된다.
한때 모기업 현대전자의 경영난에 휘말려 부도위기까지 몰렸던 회사. 불량률이 높고 만족도가 낮아 소비자들이 외면했던 회사. 우리사주가 수억원의 빚으로 변해 직원들의 어깨를 짓눌렀던 그 회사가 어느새 업계의 거인들을 위협하는 일류기업으로 변모한 것이다.
업계의 판도를 뒤바꾼 신제품
1983년 현대전자 통신부문으로 출범한 현대큐리텔은 2001년 12월 팬택으로 인수될 때만해도 '미래를 보장할 수 없는' 회사였다. "저가 브랜드로 뭘 할 수 있을지, 낮은 시장점유율은 어떻게 극복할지, 인수금액의 3배가 넘는 1,600억원의 부채는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 직원들마저도 반신반의했던 상황이었다.
새 경영진이 내놓은 대안은 의외로 단순했다. 남들이 미처 만들지 못한 최고의 제품, 상식을 뛰어넘는 제품으로 도전하자는 것. 그래서 선택한 것이 카메라폰이었다. 김동현 상품개발팀장은 "디지털카메라의 보급과 함께 사진 기능에 대한 욕구도 높아진 상황이었다"며 "10만화소급의 성능으로는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 30만화소급의 고화질 제품에 승부를 걸었다"고 말했다. 시장조류를 한 발 앞서 가다 보니 부품 구하는 것부터가 어려웠다. 당시 초소형 화상처리 칩셋 업체에서 제시한 최대 사양은 10만 화소대.
지난해 11월, 우여곡절 끝에 출시된 세계 최초의 33만 화소급 휴대폰 PD-6000은 1년도 안돼 40만대가 팔려나가며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듀얼 컬러폰 중심의 시장이 카메라폰 쪽으로 넘어왔고, 미처 고화질 카메라폰 시대를 준비 못한 경쟁사가 주춤거리는 사이 팬택앤큐리텔의 시장점유율은 3개월여만에 15%로 치솟았다. 업계 관계자는 "당시 33만화소는 다소 이르다는 생각이 많았던 때 일약 휴대폰 업계의 분수령이 된 사건"이라고 평했다.
조직문화의 혁신과 창의적 영업
팬택앤큐리텔이 시장 변화를 민첩하게 예측하고 변신을 꾀할 수 있었던 것은 팬택으로 인수된 후 시도된 경영조직의 개선 덕분이다. 팬택앤큐리텔은 지난해 초 영업부서를 중심으로 마케팅, 연구·개발, 디자인 등을 하나의 '개발그룹단'으로 묶고 부서간 거리를 없앴다. 시장에서 얻은 영업부서의 요구가 바로 마케팅 전략과 연구·개발에 반영됐고, 더 높은 소비자 만족도로 이어졌다. 업무 협력이 활발해지자 조직문화도 훨씬 유연해졌다.
영업부서의 기획력도 큰 몫을 했다. 박창진 국내영업본부장은 "목표관리를 통해 판매량을 높이기 이전에 신뢰를 쌓는 것이 과제였다"고 말했다. 제품 출시 전에 사후관리(A/S) 센터부터 완벽히 갖춰놓는 것이 그 첫걸음이었다.
팬택앤큐리텔은 내년에 국내 종합 2위 업체로 발돋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또 2006년까지는 세계 5위 업체가 될 비전도 제시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내년 중 일반 디카의 화질과 견주어 손색 없는 300만 화소 이상의 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라며 휴대폰 명가(名家)의 자부심을 내비쳤다.
/정철환기자 plomat@hk.co.kr
● 팬택앤큐리텔 어떤회사
2001년까지 하이닉스(옛 현대전자)의 통신부문에 있다가 (주)현대큐리텔로 분사, 같은 해 12월 동종업체인 팬택에 인수됐다. 국내 최장수 휴대폰전문기업으로, 1983년 최초의 국산 셀룰러폰을 생산했다. 2002년 8월 (주)팬택앤큐리텔로 개편됐으며, '큐리텔'(Curitel) 브랜드 제품으로 국내외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국내 최초로 3D사운드 폰, 33만 화소 카메라폰, 130만 화소 카메라폰 등을 개발해 소개했으며, 세계적인 기술 수준을 인정 받고 있다. 올해 내수 시장 점유율은 15∼17%대로 11월까지 총 145만8,000대의 휴대폰을 판매했다. 이중 카메라폰의 비중은 93만3,000대로 전체 시장의 25%에 육박해 카메라폰만 놓고 보면 삼성전자에 이은 2위 업체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주요주주는 (주)팬택 박병엽 부회장과 특수관계인(36.27%), KTB네트워크 및 관계조합(21.2%), 우리사주조합(18.64%) 등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