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공무원 이모(63)씨는 이순(耳順)을 넘긴 나이지만 남들은 40대 후반 정도로 안다. 그는 평생 담배를 가까이 하지 않았고 지금도 주말이면 반드시 산행을 즐긴다. 등산할 때도 같은 산악회의 젊은 회원에게 결코 뒤로 처지는 일이 없다. 반면 회사 임원인 김모(48)씨는 매일 같이 술을 먹는데다가 식사도 불규칙적으로 해서 혈색이 좋지 않다. 스스로 보기에도 환갑에 가까운 사람처럼 느껴진다.이처럼 40대 같은 60대, 60대 같은 40대가 주위에 흔하다. 이른바 '건강 나이'가 중시되는 시대다. 실제 나이가 60세라고 해도 자기 관리를 철저히 하는 사람은 건강 나이가 40세일 수 있고, 반대로 술·담배를 즐기고 무절제한 생활을 하는 사람은 40대라도 건강 나이가 60대로 분류될 수 있다. 노화학자들은 인간 수명의 70%는 흡연이나 음주, 식습관, 스트레스, 건강검진, 안전의식 등과 같은 후천적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고 말한다. 실제 나이보다는 건강 나이가 수명을 좌우한다는 얘기다.
건강 나이 어떻게 측정
가장 대표적인 건강나이 측정법은 미국 시카고 프리츠크대 의대 마이클 로이젠 교수가 개발한 것이다. 로이젠 교수는 2만5,000여건의 임상연구 결과를 토대로 습관과 질병, 환경 등 수명에 영향을 주는 125개 기준을 만들었다. 인터넷사이트 '리얼에이지닷컴(www.realage.com)'에 회원으로 가입하면 이 표를 이용해 무료로 건강 나이를 측정할 수 있다.
캐나다 노화 전문가 데이비드 위켄하이저 박사는 10년간의 연구결과를 토대로 건강 나이를 측정하는 질문표를 개발했다. 질문표에는 영양섭취 음주량 소금 섭취량 배변 주기 숙면 여부 등을 기준으로 작성했다.
일본 나고야시립대학 미토모 다이지 교수는 혈압, 콜레스테롤, 간기능 등 14가지 건강검진 항목을 토대로 건강나이 계산법을 고안했다. 대부분의 건강검진이 '정상'과 '비정상'만 검진하는 데 비해, 이 방법은 각 장기의 상태를 수치화해 종합적으로 알려준다는 점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14개 항목이 모두 기준치 이내에 들 경우 40∼64세는 자신의 나이에서 5세를, 65세 이상은 자신의 나이에서 10세를 빼면 건강나이가 된다.
국내에서는 인제대 의대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김철환 교수가 외국 자료와 한국인의 유병률을 참고로 해 건강나이 측정법(표 참조)을 만들었다. 식생활, 운동, 흡연 등 건강과 관련이 깊은 요인 10가지를 이용해 건강 나이를 계산하는 것이다.
이 표의 생활습관 항목 하나하나에 답변해 가면서 나온 점수를 모두 합산하면 건강 나이를 알 수 있다. +점수는 더하고 -점수는 빼는 것이다.
생활 습관을 바꿔라
건강 나이는 본인의 노력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줄담배와 폭음, 운동 부족, 불규칙적인 식사, 수면 부족, 극심한 스트레스, 음주 운전 등 나쁜 생활 습관을 버리면 건강 나이를 크게 낮출 수 있다.
김 교수는 특히 소식(小食), 금연, 절주, 다동(多動)을 강조했다. 국내외의 장수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 4가지 공통 요인이 있다는 것. 골고루 먹되 조금씩 싱겁게 먹고 적당한 운동을 하며 금연과 절주를 하면 무병장수할 확률이 높아진다. 그는 "나쁜 행동과 습관을 바로잡으면 사회적으로 매년 10만명 이상의 사망을 예방할 수 있고 개인적으로도 5∼15년 더 젊게 살 수 있다"고 말했다.
평소 아침을 먹지 않았던 사람이라면 아침을 꼬박 챙겨 먹으면 3년은 젊어진다. 그러나 아침식사를 갑자기 하는 것보다는 저지방 우유 등과 같은 유제품 등 위에 부담을 주지 않는 것부터 마신다.
우선 자명종 시계를 평소보다 10분 일찍 맞춰 아침식사 시간을 확보한다. 아침 메뉴는 야채가 포함된 샌드위치류, 샐러드, 야채죽, 김밥 중에 선택하는 것이 좋다. 아침식사를 굶으면 결국 12시간 위가 공복상태가 된다. 이 때 점심을 먹으면 인체는 만일을 대비해 지방을 뱃속에 저장하게 되며 따라서 뱃살은 더욱 찌게 된다.
중년의 경우 뱃살이 앞으로 나와 바지를 뒤쪽으로만 올릴 수 있거나, 거울을 보았을 때 허리선이 보이지 않거나, 본인 체중(㎏)에서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인 비만지수(BMI)가 25이상이면 주중에 3∼4번 규칙적으로 운동을 해야 한다. 운동도 그냥 할 것이 아니라 언제, 어디서, 누구와, 어떤 운동을, 얼마동안, 어떻게 등의 원칙을 세워서 해야 한다.
언제 운동을 하는 것이 좋은지 논란이 있지만 아침 일찍 일어나는 사람은 아침에, 늦게 일어나는 사람은 저녁에 하되 가능한 한 본인의 생활리듬에 맞추는 것이 바람직하다.
당뇨병 환자는 식후에 운동을 하는 게 좋으며, 천식과 같은 호흡기 질환을 가진 사람은 아침 찬 공기가 호흡기를 자극할 수 있으므로 오전 운동을 되도록 삼가야 한다. 혈압이 높은 사람은 추운 겨울 바깥 운동은 피하고 실내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아침이나 시간을 내기 힘들면 점심시간에 헬스클럽에서 40여분 정도 운동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것도 힘들면 승용차 대신 대중교통,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하는 등 평소 되도록 많이 움직이도록 한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도움말=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이정권 교수, 서울아산병원 김영식 인천 힘찬병원 내과 박혜영 과장>도움말=삼성서울병원>
● 정신건강도 젊음의 비결
건강 나이를 젊게 유지하려면 육체적 건강 만큼 정신 건강을 챙겨야 한다. 정신 건강은 스트레스 및 뇌 건강과 직결된다. 따라서 평소 자기에게 맞는 스트레스 해소법이나 뇌를 지속적으로 자극하는 방법을 개발하는 게 필요하다.
뇌를 젊게 유지하고 스트레스와 치매를 막으려면 뇌를 끊임없이 자극해야 한다. 장기나 바둑, 외국어 습득, 강좌청취 등이 좋은 방법.
미국심리학자 엔벨라 트로이어 박사는 "이러한 부수적인 뇌 활동은 나이가 들어도 정신적인 기민성을 유지시켜 준다"고 말한다.
둘째 봉사활동을 통해 스스로 쓸모있는 존재라는 것과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다는 심리적 만족감을 얻는 게 중요하다. 봉사활동을 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행복하고 건강하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셋째 장수하는 이들은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일에 마음을 쏟지 않는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몸을 보호하기 위해 아드레날린과 코티졸 호르몬이 분비된다.
그러나 긴장상태가 길어지면 면역체계, 심장, 뇌가 손상될 수 있다.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생기면 비관하기보다 역으로 득이 되는 희망의 실마리를 찾는 것이 필요하다.
끝으로 종교를 가지면 신앙의 힘으로 위로를 받고 음주, 흡연과 같은 나쁜 생활습관을 교정할 수 있다. 실제로 종교를 가진 사람이 그렇지 않은 이들보다 건강하고 수명이 7년 정도 길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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