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연과 실직, 어느 쪽이 더 눈물?'실연의 눈물과 실직의 눈물은 어느 쪽이 더 진하냐?'는 어느 30대 과장의 질문을 받았다. 어떤 답변을 듣고 싶어하는지 아리송했지만, 금년에 그는 틀림 없이 실연도 당했고 실직도 당한 것으로 추측된다.
실연은 아무나 하는 것은 아니지만, 실직은 아무나 할 수 있다. 연애하기 보다 취업하기는 어려워졌고, 실연하기 보다 실직하기는 쉬워졌다. 그렇다고 실연의 아픔이 실직의 아픔보다 크다고 말하는 직장인이라면 망년회 자리에 어울리는 센티멘탈리스트 자격이 충분하다.
망년회 자리에서 울어본 일이 있느냐는 질문도 그 과장은 보내왔다. 한 해가 넘어가는 시점에서, 망년회나 눈물을 화두로 삼지 않더라도 지난 1년간의 점수를 따져본다는 것은 새 해를 위해서도 의미 있는 일로 생각된다.
그러나 기분적으로 금년은 50점이다, 70점이다, 적자다 흑자다 하지 말고 냉정하고 객관적인 평가를 받아보자. 마시고 취하는 망년회 말고, 서로의 1년을 보듬어주는 공개 채점파티를 여는 거다. 365일간의 손익계산서, 대차대조표를 공개적으로 작성해 보는 것도 무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다 .
남보다 잘 한 일 찾아내는 방법은?
지난 1년간의 직장 생활을 12개월로 나눠 체크하라. 점수를 좋게 받기보다 객관적으로 받고 싶다면 냉정해야 한다. 우선 자기가 잘 했다고 생각되는 일 5∼10개를 기록한다. 그리고는 2∼5개 항목이 남을 때까지 지워 나간다.
그리고 다른 사람은 잘 못했지만 나는 뚜렷하게 잘했다고 믿어지는 항목 한 가지를 찾아내라. 컴퓨터 처리능력도 좋고, 고객의 이름을 잘 외우는 기억력이라도 좋고, 창의력이나 거짓말 잘하는 능력이라도 상관 없다.
업무상의 임기응변이나 깜짝쇼도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여자 유혹 체험도 점수에 들어간다. 아내에게 잘 한 것이 있으면 그것도 추가하라.
만약 다른 동료는 못했는데 유독 자기만 잘 한 항목이 발견되거든 그 항목을 동료나 상사에게 검증받으라. 그래서 객관적으로 인정이 된다면 그것이 바로 금년 중에 가장 잘 한 항목이 될 것이다. 잘했군 잘했군 항목의 점수가 제일 많은 사람에게 망년회나 종무식 자리에서 상을 주면 더욱 좋다.
'실패 콘서트'를 시작하실까요?
잘 한 것만 찾아내면 공개채점의 재미나 의미는 반감된다. 과오나 실수도 도마 위에 올려 놓고 점수를 매겨보자. 1년 동안 잘 하려고 했으나 결과가 나빴던 것. 업무상으로 회사에 손해를 끼친 것도 포함된다.
특히 지난 연초에 세웠던 신년지계의 결과는 반드시 채점해 보아야 한다. 계획을 세웠다가 중간에 그만 두었거나 아예 시작을 안 한 것이 있거든 동료들에게 공개하고 채점을 부탁하라. 마이너스 점수가 나올만한 항목으로 리스트를 만들라. 1년 내내 사표 쓸 궁리만 하고 지냈다면 점수가 많이 깎일 것이다. 회사가 나를 자르면 어떡할까 전전긍긍했다면 전전긍긍 점수를 계산하라.
부서별 망년회 때 '실패학 사전' '내 자랑스런 실패의 추억' '실패 콘서트' 등 재미 있는 이름을 붙여서 발표하라. 실수는 발표할수록 개선 가능성이 높다. 2004년의 비젼을 위해서라도 실패의 추억들을 동료들 앞에 발표함으로써 실패의 면역성을 높이라. 가정적으로 시원치 않게 한 것도 리스트에 올려라.
잘못한 점은 자기가 반성하기 보다 동료나 아내에게 말해달라고 부탁하라. 객관성이 있어야 고치기도 쉬우니까.
/한국네트워크마케팅협회회장 smileok@knm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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