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어느날 그 친구는 고등학교 동창회 게시판에 이런 글을 올렸다. '오늘 오전 11시. 경포 입구 소나무 한 그루. 황태처럼 걸려 있는 한 사람. 목을 맨 지는 5분 정도. 벌써 혀가 빠져 나오려고 함. 밑에서 혼자 아무리 용을 써도 늘어진 사람 받치기엔 무리. 길가는 차에 소리침. 차에서 내린 남자 한 사람 그리고 길가던 학생 3명. 겨우 목에 걸린 나이론 줄을 풀었음. 나이는 36세. 신변 비관. 옆엔 쥐포 1마리 소주 4병. 경찰에 신고해 파출소에서 데려감. 내가 지금 잘한 일일까?'친구는 부모를 생각하면 그럴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언젠가 강릉에서 함께 술을 마시고 택시로 우추리 우리집에 날 데려다 주던 길이었다. 친구는 그 길 중간에 부모님 산소가 있다며 자동차 밖으로 나와 어둠 속의 산을 향해 이렇게 소리쳤다. "아버지 어머니, 잘 계시지요. 둘째 아들이 지나가며 인사드립니다." 우추리 가는 길에 부모님 산소가 있어 날 데려다 주는 것이다.
"어른들 살아계시는 동안 바쁘더라도 매일 전화를 드려라. 그게 객지에 나가 있는 자식의 도리다." 돌아보면 올해도 그 도리를 다하지 못해 친구에게 미안하고 부모님께 죄송하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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