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갈수록 태산"내년 3월 주주총회를 위한 의결권 확보 마지막날인 26일 KCC(금강고려화학)가 현대엘리베이터 주식 32만주(5.70%)를 전격 매집, 정상영 KCC 명예회장 우호지분을 31.24%에서 36.94%로 높였다. 이에 맞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이날 주식 18만8,973주(3.37%)를 신규 매입하는 등 현 회장측 우호지분을 26.50%에서 30.24%로 늘려 현 회장과 정 명예회장 간의 현대그룹 경영권 분쟁이 법정 공방에 이어 주총 '표 대결'이라는 정면 승부로 치닫고 있다.
KCC는 이날 "224억원을 들여 24일 이후 현대엘리베이터 주식 32만주(5.70%)를 추가 취득해 KCC 보유 지분이 14.35%로 늘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 명예회장측의 지분은 신한BNP파리바투신운용(12.82%) 등 사모펀드와 금강종합건설 등을 합쳐 36.94%로 늘어났다.
여기에 KCC측의 주장대로 '범(凡) 현대가' 7개사의 지분(15.30%)을 합할 경우 우호지분은 50%를 넘는다. 이날 추가 매집은 사모펀드와 계열사 지분에 대한 금융감독 당국의 의결권 제한(20.63%)및 주식 처분 명령에 대비, 안정적인 지분 확보로 내년 현대엘리베이터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을 통해 현대그룹 경영권을 확보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범 현대가가 중립을 고수하고 있어 누구도 우호세력으로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 회장측도 12월 중순 이후 지분을 추가 매입하며 경영권 방어를 자신하고 있다. 현 회장은 이날 현대상선 주식 일부를 매각한 자금으로 현대엘리베이터 주식 3.37%를 추가 매입했다. 현대는 또 "학습지 판매 업체인 하늘교육(대표 서진원)이 현 회장의 경영권 방어를 돕겠다며 보유 주식 2만500주(0.37%)를 현회장 우호지분으로 신고토록 위임했다"며 "이에 따라 현 회장 우호지분은 26.50%에서 30.24%로 높아졌다"고 밝혔다. 현 회장측은 또 금융감독원에 KCC가 보유한 20.63%의 본주 및 무상증자 배당분에 대한 처분 명령을 요구한 상태다.
현 회장측은 금감원측이 위법성이 드러난 20.63%의 처분명령 결정을 시사하고 있어 최종 결정을 고대하고 있다. 처분 명령이 내려질 경우 표 대결에서 반전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희정기자 hjpark@hk.co.kr
SK "한숨 돌리기"
SK(주)의 석유 구매선인 일본 기업들이 SK(주) 주식을 매입하며 '백기사'로 등장, SK그룹이 내년 3월 주총에서 예상되는 소버린자산운용과의 경영권 다툼에서 우위를 확보할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산업자원부는 26일 "이토추(伊藤忠)상사와 태양석유(다이오오일컴퍼니)가 각각 SK(주) 주식 0.49%와 0.25%를 매입, 외국인직접투자(FDI) 신고서를 제출했다"며 "이들 기업이 SK(주)와 맺은 1년 이상 장기 구매계약서를 첨부한 만큼 취득지분이 10% 미만이어도 SK(주)는 외국인투자 기업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SK(주)는 2대 주주(14.99%) 소버린이 지분 5%를 매각해 단일 외국인 지분이 10% 미만으로 떨어져도 외국인 투자기업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외국인투자촉진법에 따르면 단일 외국인 지분이 10% 이상일 때 외투 기업으로 지정되지만 10% 미만이라도 1년 이상의 원자재와 제품 납품 기술제공 및 공동연구개발 등 지속적인 거래관계가 형성되면 5,000만원 이상의 지분 투자로도 외투 기업으로 인정된다.
증권가에서는 소버린이 지분 5%를 매각하면 SK(주)가 외투 기업에서 벗어나 출자총액제한제의 적용대상이 되고, 이럴 경우 최태원 회장과 계열사의 의결권이 9% 정도 제한돼 15.93%에서 6%대로 줄어들게 된다는 점에서 소버린의 '5% 매각' 가능성을 점쳐 왔다.
SK(주) 관계자는 "이토추 등은 SK(주)와 4년 이상 석유구매 계약을 맺는 등 우호 관계를 유지해 왔다"며 "이들 기업이 SK(주) 주식을 추가 매입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SK(주)는 이날 자사주 670만0,810주를 시간외 매매를 통해 팬택앤큐리텔(126만9,420주) 등 우호세력에 매각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SK(주)는 22일부터 전체 자사주 1,320만8,860주(10.41%) 가운데 9.67%인 1,226만5,460주를 매각했다.
SK(주)가 주주명부 폐쇄 시한(의결권 기준일)인 이날까지 자사주를 모두 은행권과 협력업체 등에 넘길 경우 SK 계열사와 오너 일가, 우호세력을 포함한 SK측의 의결권 있는 지분은 최대 34%대에 달하게 된다. 반면 소버린은 헤르메스(0.7%), 템플턴(5%) 등 외국계 펀드 지분을 합쳐 20.69% 정도인 것으로 추산돼 주총에서 SK의 경영권 방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종수기자 j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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