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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주함도 유리알처럼 투명하게…"/ 송파구 불광寺, 흥사단 선정 "투명大賞" 첫 영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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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주함도 유리알처럼 투명하게…"/ 송파구 불광寺, 흥사단 선정 "투명大賞" 첫 영예

입력
2003.12.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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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 코리아를 만드는데 종교단체도 예외가 될 수는 없습니다."기업의 회계부정으로 모아진 막대한 비자금이 정치권으로 흘러 들어간 사실들이 속속 밝혀지는 상황에서 한 사찰이 자진해서 회계 자료를 공개하고 감사까지 받아 시민단체로부터 영예로운 상을 받았다.

서울 송파구 석촌동에 있는 불광사. 이 절은 강남 요지의 대지 870여평에 신도가 1만 명이 넘는 대형 사찰이지만 여느 절이나 교회와 마찬가지로 회계감사를 받을 법적 의무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광사는 올해 자발적으로 지난 5년간의 사찰재정에 대해 공인회계사와 변호사 등의 회계감사를 받고 최근 그 내역까지 공개했다.

종교계에서 보기 드문 이런 '투명성'은 지정(61·사진) 주지스님의 주도로 이루어졌다. 처음에는 내부에서 반발도 없지 않았으나 지정 스님의 설득과 노력으로 결국 모두가 동의해 지난 6월과 이 달 두 차례에 걸쳐 회계감사를 받았다. 감사 결과 계정기입의 오류 등의 사소한 실수가 드러났지만 비위는 없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신도들로부터의 신뢰가 더욱 돈독해졌다.

불광사는 이 같은 노력을 인정 받아 흥사단 투명사회운동본부(상임대표 구치모)가 올해 처음으로 실시하는 제1회 '투명대상'을 받았다. 흥사단이 오랫동안 사회 발전을 가로막아온 부정부패의 망령에서 벗어나고자 '나부터 정직하게, 다 함께 투명사회'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변호사, 회계사 등 12명의 심사위원을 선정해 결정한 상이다.

불광사 박찬석 사무장은 "부패한 정치인의 말 한마디에 수백 억원이 왔다갔다하는 어지러운 세상에 많은 신도들이 생활비를 아껴서 낸 헌금의 규모와 사용처를 투명하게 밝힘으로써 앞으로는 깨끗한 재산이 한푼이라도 잘못 지출되거나 낭비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1965년 광덕 스님을 은사로 비구계를 받은 지정 스님은 84년 불광사 주지와 91년 경남 함안군 봉불사 주지를 거쳐 99년 다시 불광사 주지를 맡았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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