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존스 지음·이충호 옮김 예지 발행·1만3,000원
20세기 말 남성은 마침내 자신의 존재가 전혀 필요 없어졌다는 소식을 듣고 크게 당황했다. 수컷의 도움을 받지 않고서도 복제양 돌리가 태어난 것이다.
그렇다고 남자가 가련하다고 말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문명이 발전할수록 남성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는 징후는 분명하다. 80세 이상의 인구 중 3분의 1만 남자고, 100세 이상은 여자가 남자보다 9배나 많다. 생물학이 풀어가고 있는 인간의 신비는 그 동안 위대함의 상징으로 여겨져온 남성다움이 실제로는 얼마나 초라한 것인지를 알려준다.
영국의 유전학자 스티브 존스의 '자연의 유일한 실수, 남자'는 이런 가련한 남성에 관한 이야기다. 남자는 어떻게 생겨났고, 현재 어떤 상태에 있으며, 어디를 향해 나아가는지를 생물학, 유전학, 문화인류학, 계보학, 사회학 등을 총동원해 보여준다.
저자의 관심은 남자라는 키워드를 통해 전방위로 뻗친다. Y염색체의 의미와 음경, 고환과 같은 생식기는 물론 바람기, 비아그라, 친자확인검사 등 사회·문화적 주제까지 아우른다. 가령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은 태생적으로 남자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 면역계 세포는 테스토스테론에 노출되면 죽는데, 이 호르몬이 넘치는 남자는 여자보다 항체를 만드는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거세하면 평균 수명이 10년 늘어난다거나 1940년 1억 마리였던 남성의 평균정자수가 50년 만에 60% 이상 줄었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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