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이란 남동부 케르만주 밤 시(市) 일원을 강타한 지진은 주민 대부분이 자고 있던 새벽 5시 28분(현지시간)에 발생, 최근 발생한 지진 중 가장 끔찍한 인명피해를 냈다.이날 낮까지 주민 5,000∼6,000여명이 사망하고 이중 500명이 이미 긴급 가매장됐다는 보도를 통해 이번 지진 피해의 규모가 짐작된다. 현지 소식통들은 도시 전체가 아비규환의 참상에 빠져 있다고 전했다
이란 국영 TV 등은 밤 시내 건물의 75% 이상 무너졌다고 보도, 현재 6,000 명의 사망규모가 추후 늘어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또 이란 언론은 밤 시 주민의 40% 에 육박하는 3만 명이 부상했다고 전해 사실상 전체 주민이 피해자임을 부각했다.
특히 미 CNN 방송 등 외신들은 현지 당국의 초기 피해 추정치를 인용, 인구 8만 명의 밤 시에서 최대 2만 명 이상이 사망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민의 25% 이상이 잠 자다가 집이 무너지면서 매몰돼 비명 한번 제대로 지르지 못한 채 사망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밤 시 주변 마을들은 지진 발생 후 교통과 통신이 두절되는 바람에 피해 상황이 집계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어서 피해 규모는 현재로서는 추정키 어려운 실정이다. 이란 적십자는 정확한 피해 상황집계는 27일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CNN은 현지 병원에 속속 도착하는 환자들의 화면을 긴급 뉴스로 전하면서 "병원 관계자들은 밀려오는 환자와 사망자로 정신을 차릴 수 없다"고 보도했고, 현지 구호 관계자들은 "피해규모가 상상을 초월한다"고 말했다.
외신들은 지진 발생 직후 피해 집계가 이뤄지지 않는 탓에 케르만주 출신 한 의원의 말을 인용, 사망자가 1만 명 선을 넘어섰다고 보도했다가 이후 사망자들이 2만 명 선에 육박한다는 현지 구호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 피해 규모를 수정하기도 했다.
모하마드 알리 카리미 케르만주 주지사는 이날 낮 TV에 나와 "수많은 주민들이 벽돌 더미에 깔려 있다"며 "우리는 정확한 피해 집계를 하지 못하고 있지만 확실한 점은 도시의 오래된 구조물들이 모조리 파괴됐다는 것"이라며 구호 지원을 호소했다.
카리미 지사가 방송에서 구호 지원을 호소할 때까지 집계된 사망자는 2,000명 가량이었고 잠시 후 케르만 주 당국은 "수 천 명이 사망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지진 발생 후 구호 상황은 매우 지지부진하다.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1,000㎞ 이상 떨어진 지역이어서 이란 중앙정부의 구호 지원도 늦어지고 있다. 이란 적십자사는 구호요원과 구호품을 헬기로 수송 중이지만 현지 구호 수요에 비해 태부족이라고 밝히고 있다.
현재 국제적십자사는 이란에 대해 긴급 지원 방안을 강구 중이며, 러시아 등 각국이 지원 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긴급구호 요청… 각국 지원의사
지진 발생 후 이란이 국제사회에 긴급 구호를 요청하자 세계 각국은 이란에 애도를 표하면서 지원의사를 속속 밝혔다.
이란 정부는 식량 의료품 담요 등 구호물자의 지원을 요청하면서 특히 매몰된 사상자를 발굴하는 인력과 구호 전문 개 등의 지원을 호소했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는 이날 모하마드 하타미 이란 대통령에게 전문을 보내 "심심한 애도를 표시하며 가능한 빨리 구호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한 뒤 전문 구호팀을 이란으로 출발시켰다.
그리스 정부는 25만 유로와 구호인력 파견을 결정했고, 벨기에는 구호 전문 인력의 신속한 파견을 위해 이란 정부와 접촉 중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호세 아스나르 스페인 총리 등도 이란에 전문을 보내 구호작업에 협력할 뜻을 밝혔다.
● 이란 지진 빈발 왜
이란에서는 크고 작은 지진이 매일 발생하고 있다. 여기에는 그럴만한 지질학적 배경이 있다. 지질학자들은 이란이 유럽지각판, 인도지각판, 아프리카지각판 등 3개의 거대한 판 구조가 접촉하는 꼭지점과도 같은 지역이어서 지진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지표 밑의 이들 지각판은 항상 움직이면서 지각판끼리 충돌하고 있다. 판끼리 부딪칠 때 거대한 에너지가 분출되고, 이 에너지가 지표로 상승할 때 지표 변동 즉 지진이 발생하고 있다.
최근 기록으로 볼 때 올 들어 이란에서는 북서부의 강진으로 이미 500명 이상이 숨졌고, 1990년에는 북서부의 리히터 규모 7.7 강진으로 주민 5만 명 이상이 사망했다. BBC 방송은 이란에서는 매일 지진이 기록되고 있으나 주민을 상대로 한 지진 교육은 거의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영섭기자
● 밤 市는 어떤곳
26일 지진이 발생한 이란 남동부 케르만주의 밤 시(市)는 인구 8만 명의 소도시로 2,000여년 전 페르시아의 한 왕조 시대에 세워졌다. 수도 테헤란에서 남동쪽으로 1,000㎞나 떨어져 있고 교통상황도 열악한 이 도시에 매년 수천 명의 관광객이 찾는다. 이란 최대 유적 중 하나인 '아르그 에 밤'성벽(사진)을 보기 위해서다.
중세에 축조된 이 성벽은 진흙으로 만들어진 건축물 중 세계 최대 규모로 유네스코 지정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이번 지진으로 이 성벽은 물론 사원과 고대 성직자들의 무덤 등 귀중한 유적지들이 완전히 파괴됐다.
/최문선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