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일아, 끝분아!"26일 반세기만에 그리운 가족들을 만난 탈북 국군 포로 전용일(72)씨는 혈육을 부둥켜 안은 채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했다.
합동조사단의 주선으로 이날 서울 국방회관에 마련된 상봉장에서 전씨를 만난 동생들도 "형님""오빠"를 부르며 오열했다.
53년 인민군 포로가 된 뒤 지금까지 가족들을 돌보지 못한 데 대한 죄책감을 느낀 듯 한참을 눈물만 흘리던 용일씨는 막내인 여동생 분이(57·대구 달서구 진천동)씨에게 "니가 끝분이구나, 끝분아, 오빠 구실도 못한 오빠를 용서해라"고 말을 건넸다. 아명이 '끝분이'인 분이씨는 "죽었다던 오빠가 살아오다니 꿈만 같다"며 5살 때 생이별한 오빠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용일씨는 가족 가운데 누나 영목(78·대구 달서구 진천동)씨를 한참동안 알아보지 못하다 막내인 분이씨가 "오빠, 영목이 언니 모르겠어, 오빠가 군대갈 때 화양으로 시집간 누나야"라고 설명하자 그제서야 "맞아, 날 장가보내준다고 그랬지, 누나!"라며 영목씨를 얼싸안았다. 영목씨도 동생의 얼굴을 감싸안고 "이렇게 건강하게 살아있었구나"라며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이게 꿈이야, 생시냐"를 연발하던 남동생 수일(65·경북 영천시)씨 등 6명의 가족은 용일씨를 의자에 앉히고 큰 절을 올리는 것으로 50년의 회한을 풀었다.
/김정호기자 azur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