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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992>네크라소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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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992>네크라소프

입력
2003.12.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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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7년 12월27일 러시아 시인 니콜라이 네크라소프가 56세로 작고했다. 네크라소프가 일급 시인이었는지는 확실치 않다. 열아홉 살 되던 1840년 그가 첫 시집 '꿈과 울림'을 출간했을 때, 열 살 위의 비평가 벨린스키는 그 시집에 독창성이 없다고 단언했다. 세 살 위의 소설가 투르게네프도 네크라소프의 시 일반을 되돌아보는 자리에서 "그의 운문에 진정으로 시적이라고 할 만한 것은 거의 없었다"고 혹평했다. 벨린스키나 투르게네프는 일급 감식안을 지닌 사람들이었던 데다가 네크라소프의 가까운 문학적 동료이기도 했으니, 이들의 평가를 어느 정도 신뢰해도 될 것 같다.그런데도 네크라소프의 시는 읽혔다. 오늘날 러시아 시문학사에서 네크라소프가 차지하고 있는 자리가 그리 탐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19세기 러시아에서 그는 가장 널리 읽힌 시인이었다. 차르의 전제 정치에 맞서 싸우던 혁명적 민주주의자들은 '러시아에서는 누가 행복한가', '데카브리스트의 아내' 같은 장편 서사시들의 이 곳 저 곳을 인용하며 민중을 조직하고 선동했다. 게다가 시적 성취에 대한 논란과 상관 없이, 네크라소프는 뛰어난 평론가이자 잡지 편집자였다. 그의 평론 활동은 주로 '조국의 기록'과 '동시대인' 두 잡지를 통해 이뤄졌다. 네크라소프는 당대 러시아 비평계의 우두머리라 할 벨린스키와 밀접히 협력하며 톨스토이, 곤차로프, 도스토예프스키 같은 작가들을 발굴하고 지원했다.

네크라소프의 시 '아침'의 첫 연과 마지막 연. "넌 불행해 보이는군, 마음이 아픈가 보지/ 아, 난 알고 있어, 여기서 아픔은 흔해 터진 걸/ 자연은 거울처럼 / 둘레의 가난을 비출 수 있을 뿐", "한 잡역부가 도둑을 잡아 두드려 패네/ 거위들은 마구 목이 잘려 나가고/ 위층에서는 무언가가 터지는 소리/ 또 한 사람이 자살했군."

고종석

/논설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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