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이 덜 깬 머리로 간신히 잠자리에서 일어나 헐레벌떡 출근. 특별히 한 일도 없이 복잡하고 분주하기만 한 하루.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겪는, 반복되는 일상의 모습이다. “바쁘다, 바빠”를 입에 달고 사는데도 해야할 일이 계속 쌓여만 간다면 효율적으로 시간을 관리하고 있는지 반성해보자.모두에게 똑같이 주어지는 24시간. 이를 황금같이 쪼개쓸 수 있게 도와주는 비서진을 거느릴 수 없다면 자신의 시간은 스스로 관리할 수밖에 없다. 잘만 사용하면 웬만한 매니저 부럽지 않은 다이어리, 혹은 플래너를 십분 활용해 빈틈으로 새는 시간을 막아보자. 플래너는 일상의 단순한 기록이 아닌, 명확한 목표 실현을 위한 도구라는 뜻으로 다이어리 대신 쓰이는 단어.
‘프랭클린 플래너’로 유명한 한국 리더십센터의 시간관리 컨설턴트인 최선영씨로부터 플래너 작성법을 배운 홍보대행사 프레인의 남은지 팀장이 플래너 작성을 미리 연습해봤다.
네 살짜리 딸의 엄마로, 하루 평균 10명 이상을 상대하는 커리어 우먼으로 눈코 뜰 새 없는 남 팀장은 “정신을 바짝 차리고 움직이지 않으면 눈깜짝할 사이에 하루 일과는 물론 일주일 일정까지 엉망진창이 되곤 한다”며 “다이어리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법을 배워 내년에는 정리된 생활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단계 1: 예약과 업무를 나눈다
점심약속 같이 시간이 정해져 있는 것은 ‘예약’, 그렇지는 않지만 그날 처리해야 할 일은 ‘업무’라고 한다. 시간을 마음대로 조정할 수 없는 예약과 달리 순서를 정해 처리해야 하는 업무는 시간관리의 핵심. 일간, 주간, 월간 별로 이를 모두 정리하되 전화 걸기, 이메일 체크 같은 사소한 일부터 가족 여행, 외국어 공부 같은 장기 계획도 모두 적는다.
▶ 이렇게 했어요
오전 10시에는 팀원들과 회의, 12시에는 고객사 홍보실장과 점심, 3시에는 고객사 홍보용 사진 스케줄이 있어 이를 먼저 적었다. 이날 중으로 처리해야 할 업무에는 고객사 CEO 프로필 사진촬영 일정 확정, 프로젝트 관련 최근 시장상황 자료 조사, 프레젠테이션자료 작성 같은 회사 일 외에 시어머니 생신 장소 물색, 홈쇼핑 구입물건 반송, 아이 유치원 등록금 납부 같은 집안 일도 쌓여 있다.
단계 2: 업무 옆에 우선순위를 매긴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람은 일반적으로 머리를 덜 쓰고 짧게 끝나는 일을 먼저 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그러다 보면 중요한 일을 자꾸 뒷전으로 미루게 되므로 일의 우선순위를 정해 가치있는 일을 먼저 처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필수적인 일은 A, 중요한 일은 B, 선택적인 일은 C로 표시하고 처리 순서에 따라 알파벳 뒤에 숫자를 매긴다. A, B, C는 일의 급한 정도가 아니라 본인의 가치관에 따른 기준임을 명심하자. 따라서 A1, A2, A3,… B1, B2, B3…의 순서대로, 즉 가치비중이 큰 순서대로 일을 처리한다.
▶ 이렇게 했어요
오늘 하지 않으면 ‘목에 칼이 들어올’ 고객사 CEO 프로필 사진 촬영을 최우선에 두었다. 회사 업무도 중요하지만 올해는 가정 일을 소홀히 하지 않기로 결심했기에, 시어머니와 아이를 챙기는 일에도 무게를 실었다.
단계 3: 처리 결과를 표시한다
나름의 표시를 정해 업무 처리 결과를 표시해간다. 완료(∨), 연기(→), 취소(x)가 가장 기본이 된다. 연기의 경우 후에 일을 처리할 날짜를 옆에 표시하고 해당 일에 일정을 적어두어 잊지 않도록 한다. 이 밖에 다른 사람에게 일을 넘기는 ‘위임’, 일을 시작했으나 본의 아니게 해결하지 못한 ‘진행’도 표시해두면 유용하다.
▶ 이렇게 했어요
몇 가지 안 되는 일이지만 막상 시작하니 하루가 짧았다. 우선순위를 정하지 않았으면 또 다시 밀릴 뻔한 아이 등록금 납부를 해결해서 기분이 좋다. 시장상황 자료 조사는 얼마 전 새로 들어온 사원에게 교육 차원에서 넘기기로 했다.
단계 4: 정보 기록
일 하면서 만나는 중요한 사람들에 관한 기록을 적어두는 섹션을 만든다. 전화번호, 주소, 생일 같은 일반적인 정보부터 만나서 나눈 이야기, 함께 간 식당 등도 적어두면 나중에 잘 써먹을 수 있다. 한 페이지에 한 사람 정도가 좋다.
▶ 이렇게 했어요
일하며 주로 만나는 고객사 담당자들을 중심으로 정보 기록장을 만들었다. 기본 정보 외에 전에 식사하며 털어놓은 집안 정보나 음식 취향 등도 적어 놓았다. 특히 A사의 김모 과장은 비슷한 연배인데다 내년에 아이들이 함께 학교 들어는 등 공통의 관심거리가 많은 것 같아 특별히 체크해두었다.
단계 5: 관심분야 섹션
각자의 필요에 따라 관심 있는 분야를 따로 정리하는 섹션을 마련해 두면 급할 때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강의 일지, 부서 회의록, 기획 아이디어 같은 업무 관련 내용부터 읽고 싶은 책, 영화, 가고 싶은 여행지 등 취미에 관련된 것까지, 차근차근 정리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싶은 것이라면 무엇이든 가능하다.
▶ 이렇게 했어요
야구와 만화에 관심이 많아 메이저리그 소식과 읽고 싶은 만화 섹션을 우선 준비했다. 그 밖에 사고 싶은 음반, 맛집 정보란도 별도로 만들었다.
단계 6: 장기 목표 설정
토익 900점 달성, 몸무게 10㎏ 감량 같은 장기 목표도 빼놓을 수 없는 시간관리 항목이다. 목표에 대해서는 반드시 마감 시간을 설정하고 한가지 목표에 한 페이지씩, 장기 목표 달성을 위한 계획을 적는다. 목표를 ‘오늘부터 ~안에 ~을 한다’ 형식으로 적고 그 아래 이를 이루기 위해 해야 할 일을 열거한다.
각각에 대한 마감 기한을 설정하고 해당하는 월을 펼쳐 적어둔 후 완료, 연기, 취소를 월별로 체크한다. ‘내가 왜 이 일을 하는가’에 대한 ‘가치 사명’을 확실히 해 두면 더 열심히 정진할 수 있다.
▶ 이렇게 했어요
내년 1년간 추진해야 할 목표를 ‘하프 마라톤 완주’로 잡았다. 폭주하는 업무와 스트레스 속에서 오래 살아 남는 비결은 무엇보다 건강이라는 생각에서다. ‘오늘부터 1년 안에 건강한 몸을 만든다’를 목표로 삼고 아래와 같은 대략의 계획을 적은 후 해당 월에도 표시했다. 구체적 자료를 더 찾아보고 추후 세세한 내용을 추가할 예정이다. 가치 사명은 ‘밝고 건강하기 살기 위한 절대절명의 키워드는 건강이다’로 세웠다.
[다이어리 쓰기] 5가지 원칙
하루에 10분을 계획에 투자하라
하루는 1440분. 이 중 1%도 안되는 10분만 떼내 일정을 정리하고 업무 우선순위를 정하는 데 쓴다면 나머지 99%가 달라진다.
스케줄 관리 시스템은 하나로 통일하라
다이어리 외에도 컴퓨터, PDA, 탁상달력 등 여러 군데 일정을 적다 보면 막상 중요한 일정을 빼먹기 쉽다.
다이어리는 항상 휴대하라
일정과 계획을 아무리 잘 작성해도 들고 다니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다이어리가 무거워서 가지고 다니기 힘들면 보조수첩을 마련해 그날의 일정과 업무만이라도 챙기자. 이동 중 적는 내용은 하루 일과가 끝난 후 다이어리에 옮겨 적자.
불필요한 메모를 없애라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직장인이 하루 평균 적어 놓은 무엇인가를 찾기 위해 허비하는 시간은 평균 20분에 달한다고 한다. 적어야 할 것은 한 곳에 제대로 정리해두는 습관이 필요하다.
개인에게 맞는 다이어리를 직접 만들어가라
다이어리 정리에 원칙은 있지만 정답은 없다. 예를 들어 학생이라면 업무상 만나는 사람을 정리하는 '정보 기록' 섹션은 필요 없을 것이다. 또한 핸드백에 쏙 들어갈만한 가벼운 다이어리를 원한다면 한달 분 일정표만 제외하고 다 빼버려도 된다.
/도움말=한국리더십센터
/김신영기자 ddalgi@hk.co.kr
■프랭클린 플래너
예약과 업무, 우선순위 등 시간관리의 키워드가 미리 표시돼 있어 내 일정을 채워 넣기만 하면 되는 다이어리는 없을까? 이런 고민을 해결해주는 것이 바로 ‘프랭클린 플래너’다.
초등학교 중퇴의 학력에도 불구하고 목표를 향한 철저한 시간관리로 미 대통령직에까지 오른 벤자민 프랭클린의 이름을 따온 이 플래너는 단순한 정리노트가 아닌 효율적 시간관리를 위한 도구의 집합체.
해야 할 일의 우선순위를 매기고 완료 여부를 표시할 수 있는 도표는 물론, 월별 인덱스, 주요 업무 리스트 등 실용적인 도구가 한 권의 다이어리 안에 모여 있는 것이 특징. 아빠, 친구, 부원 등 역할모델에 따라 해야 할 일을 표시하게 한 ‘위클리 컴퍼스’도 유용하다.
‘성공하는 사람의 7가지 습관’으로 유명한 스티븐 코비 박사와 세계적인 시간 관리 전문가 하이럼 스미스가 오랜 연구 끝에 내놓은 이 플래너는 포춘지 선정 500대 기업 중 432개 기업이 사용중인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교보문고 영풍문고 등 대형서점에 별도 판매 코너가 준비돼 있으며 예스24(www.yes24.com), LG홈쇼핑(www.lgeshop.com) 등 온라인 쇼핑몰 및 한국리더십센터(www.eklc.com) 홈페이지에서도 구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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