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물 갔다고 마냥 버려야 할 자원이란 없습니다. 활용하기 나름이지요"한때 실용적인 이동통신 수단으로 각광 받으며 전국민의 '허리패션'으로 자리잡았던 무선호출기(삐삐). 휴대폰 가입자 3,000만명 시대를 맞은 이제는 불과 10만명 남짓한 사람들만 사용하는 '사양산업'으로 전락했다. 그러나 이순(44·사진) 씨앤아이 사장의 생각은 달랐다. "전국 방방곡곡에 무선호출 기지국들이 쫙 깔려있어 전파가 닿지 않는 곳이 없습니다. 휴대폰과 굳이 비교하면 수신 성공율도 높습니다. 안정된 기술과 인프라가 갖춰져 있는데 어딘들 못써먹겠습니까."
이 사장이 주목한 분야는 최근 운전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텔레매틱스'다. 자동차에 이동통신과 위치정보수신장치(GPS)를 설치해 실시간 교통정보와 길안내 서비스, 차량 정보를 제공해 준다. 교통방송 라디오의 57분 교통정보와 전자 지도(GPS 네비게이션)가 합쳐진 셈이다. 가까운 일본에서는 대부분이 차량이 장착하고 있을 정도다.
국내에서는 몇몇 이동통신사를 중심으로 올해부터 서비스가 본격화되고 있지만 많은 비용이 발목을 붙잡고 있는 실정이다. 장비를 마련하는데 100여만원이 들고, 교통정보에 접속할 때 마다 일일이 전화를 걸어야 하기 때문에 매달 이용료가 7∼8만원을 넘어선다.
이 사장은 "무선호출망에 기반한 텔레매틱스는 간단한 구조의 단말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비용이 저렴하다"고 말했다. 월 사용료도 정액제라 2∼3만원 내외면 충분하다. 또 자신이 위치한 지역의 교통정보를 실시간으로 알려주기 때문에 한시간에 한두번씩 간추린 정보를 알려주는 라디오보다 훨씬 편리하다고 설명했다.
내년 3월까지 시스템을 구축해 수도권부터 서비스에 들어갈 예정. 씨앤아이는 내년 중 관련 서비스와 단말기 사업으로 지난해 매출(85억원)의 두 배가 넘는 200억원을 벌어들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 사장은 "영국 등 유럽에서는 이미 경제성이 뛰어난 서비스로 정평이 났다"며 "텔레매틱스 대중화의 열쇠는 한물간 '삐삐'가 쥐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철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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